2008. 5. 18. 14:32ㆍ영화 투덜거리기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Pan's Labyrinth / El Laberinto Del Fauno)
감 독 : 길예르모 델 토로
주 연 : 이바나 바쿠에로
장 르 : 판타지 / 드라마
제작국가 : 미국
제작년도 : 2006년
1944년 내전중인 스페인. 오필리아는 엄마와 함께 새아버지로 곁으로 가게 된다. 저항군을 상대로 프랑코 정부군 부대의 지휘를 맡고 있는 새아버지는 그들을 반갑게 반기기보다는 엄마 뱃속에 아들이라고 믿는 아기를 더욱 더 중요시 여기고 있다. 또한 그는 저항군뿐만 아니라 민중들에게도 거침없는 행동을 가하는 존재이다.
그런 험악한 분위기속에서 오필리아는 요정을 쫓아 뒷편 미로의 숲에 들어가 판을 만나게 된다. 판으로부터 오필리아 자신이 옛날 지하왕국의 공주였으며 햇빛과 하늘을 쫓아 지상세계로 나간 후 기억을 잃고 죽었는데 달의 기운을 받아 다시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며 보름달이 뜨기전 세가지의 임무를 완수하면 다시 지하세계의 공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해준다.
서늘한 눈빛이 가득한 새아버지의 밑에서 임신한 엄마의 고통까지 그저 아이에게 어울려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벗어나려 요정을 믿는 오필리아는 판타지에 존재하는 판이 말해준 세가지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한다. 나무의 뿌리를 먹고 사는 거대한 두꺼비와 만나고 손에 눈이 달린 괴물로부터 칼을 찾다가 달콤한 유혹에 빠져 위험해 처하기도 하지만 성공한다. 임무수행도중 판이 말한데로 행동하지 않아 우여곡절을 겪기도 하지만 오필리아는 마지막 희생을 치루며 서로에게 총을 쏘는 인간세계를 벗어나 지하왕국으로 들어간다.
영화에 깔린 배경들과 비유적 상징들은 잘 모르지만 평화로웠던 자연세계에서 인간들이 범한 행동으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지하왕국의 공주였던 오필리아를 내놓고 세가지 임무를 통해 혼란스런 인간세계에 평화와 안식을 가져다 줄수 있는 용기, 인내, 희생을 이야기하는 듯 하다. 오필리아가 세가지 임무를 수행하는데 그 상황에 집중하기보다는 인간세계에서 지금 벌어지는 아픈 모습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이는 서로의 상황을 대비시키면서 인간들이 추구해야 할 모습이 무엇인지를 더욱 드러나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비록 지하왕국은 푸른하늘과 눈부신 햇살이 미치지 못하지만 요정들도 괴물스러운 모습을 띄며 황량한 공간이면서도 인간들로 더럽혀진 냉혹한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세계이다. 오필리아가 겪는 일이 도피의 일환으로 상상을 하는 것인지 정말 판타지의 세계로 들어서는 것인지는 그렇게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어쨌든 그것은 어지럽혀진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의 세계이니 세가지의 열쇠를 열고 들어선 지하왕국은 빛이나고 따사로웠던 것이다.
아이이든 어른이든 힘겨운 현실을 벗어나고픈 생각은 똑같다. 오필리아가 믿는 요정세계가 펼쳐지면서 잠시동안 현실을 잊고 거기에 빠져들어 흥미진진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어느 덧 그런 시간은 현실이 되어 비참함에 빠지기도 한다. 인간세계가 어떤 모습으로 그려져야 한다기보다는 현실에서 벗어나려하는 오필리아를 통해 슬픈 현실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