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18. 21:02ㆍ영화 투덜거리기
더 퀸 (The Queen)
감 독 : 스티븐 프리어스
주 연 : 헬렌 미렌 / 마이클 쉰
장 르 : 드라마
제작국가 : 영국
제작년도 : 2006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헬렌 미렌)는 품위를 지키며 고지식한 모습을 취하지만 스스로 만든 틀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한다. 그것은 영국민들을 위한것이기도 하고 영국 왕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대는 변화를 맞이해야만 한다. 개혁적인 성향이 강한 토니 블레어(마이클 쉰)가 총리로 당선되는데 여왕은 스스로의 위안이 되는 말을 내뱉고 총리 내외를 맞이하는 순간에도 인정하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그럴쯤에 다이애나가 교통사고로 죽으면서 여왕은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당하기 시작하고 총리는 그 여론을 이용해 자신의 입지를 세우기 시작한다. 여왕과 총리의 미묘한 갈등속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서로를 이해하며 변하는 시대에 맞게 행동한다.
특권을 누리며 전통을 행한다는 여왕과 변화를 원하는 국민들을 대변하는 총리사이에서 다이애나의 죽음이라는 사건으로 갈등이 시작되지만 영화는 아주 사이좋게 끝난다. 마치 영국정부 홍보영화처럼말이다. 물론 그 안에서 어느 지위에 놓인 인물이라기보다는 개인의 감정들을 보여주긴 하지만 어쨌거나 그건 마치 긍정적으로만 포장된채 감싸기만 하는 듯 했다. 제목처럼 여왕에서 더 눈이 가는건 사실이지만 그녀가 취해야 할 행동이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움직인 것이지만 그것이 진심인지 그 위험한 순간을 벗어나려 하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다이애나 죽음에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는 왕실을 이용해 인지도를 끌어오리고 인기를 얻어낸 총리는 왕실을 이상한 가족이라며 이해하지 못했지만 여왕 측의 한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여왕을 이해하기 시작하고 국민의 편에서 그녀에게 조언을 해주며 위태로운 순간을 벗어나게 도와준다. 대립과 갈등으로 시작되었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조언을 통해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자고 처음 봤을 때와는 다른 분위기로 대화를 나누며 끝을 낸다. 그러니깐 어느쪽도 상처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국 여왕의 지위를 행하면서 만든 자신의 틀에 벗어나면서 아픔이 생겼겠지만 스스로는 품위를 지켰고 기품있게 행동했다는 것이다. 정치색이 짙은 모습이지만 정치가 없는 이야기, 흑백으로 갈라놓는 단순한 방법은 아니지만 이러하지도 저러하지도 않는 인물들만 나열한 느낌, 제대로 볶아내지 않고 그저 같은 선에 인물들을 놓은 모습만 남았다.
솔직히 여왕의 비중이 상당부분을 차지함에도 내 눈에는 총리의 행동이 더 눈에 보였다. 심각한 상황에서 내면의 움직임을 차분하고도 세심하게 표현한 헬렌 미렌의 연기가 있었지만 좀 더 솔직한 모습으로 상황을 연기한 마이클 쉰이 돋보였던 거 같다. 또한 그가 취하는 행동의 변화가 탐탁치 않은 모습으로만 가득한 한국 정치가들을 생각하게 만들기도 했기에 국민과 여왕의 사이에서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게 다가왔다.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그녀를 이해못해 짓밟으려 하려고 했지만 그 사람의 다른 모습을 보았기에 이해하면서 배려하고 무시를 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좀 더 좋은 쪽으로 전환하기위해 다가서는 그의 모습이 숨긴 감정을 홀로 감춰야했던 여왕보다 괜찮은 모습이다.
작년에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어서 눈으로 확인하고싶어 보게되었지만 별다른 느낌이 없는 것 같다. 그저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자신도 변화하면서 살아가야 생존할 수 있다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만 남았다. 감독이 무엇일 이야기하고싶었는지 몰라도 나에게는 생존방법을 그린 드라마였을 뿐이다. 태어날때부터 권위를 누리는 왕실은 전통을 벗어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변화하는 것이 두려운게 아니라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을 잃을까하는 걱정이 앞서서 일것이다. 이 영화에는 그런 모습이 당연히 없다. 영화속의 왕실에서는 전통적으로 그렇게 행해왔고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 범위를 넘어설 수 없다는 모습에서 출발을 하고 군주제 폐지라는 국민의 여론을 듣고는 하고 싶지 않은 행동을 하고 예전과 같은 생활을 하는 모습이다. 국민을 위해서 책임감을 두고 고민을 하면서도 전통을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것 처럼 보여지지만 어쨌든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여왕이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세대간의 대화와 이해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쨌거나 영국 여왕도 여왕이기전에 한 사람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