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18. 14:57ㆍ영화 투덜거리기
황혼의 사무라이 (たそがれ淸兵衛)
감 독 : 야마다 요지
주 연 : 사나다 히로유키 / 미야자와 리에
장 르 : 드라마
제작국가 : 일본
제작년도 : 2002년
아내를 먼저 보내고 두 딸과 치매 걸린 노모와 함께 사는 하급 사무라이 세이베이는 지쳐보이는 모습을 하고있다. 그렇다고 그가 삶의 대한 불만이나 세상에 대한 원망을 토해내진 않는다. 자신이 주어진 삶이 그러하기에 그 삶을 이어나가려고 지금을 살고 있을 뿐이다. 주군의 곡식창고에서 일을 하는 세이베이는 별명이 황혼의 세이베이이다. 일과가 끝난 후 다른 동료들은 술 한잔 걸치려 하고 여색을 즐기려 하지만 세이베이는 일이 끝난 후 집에 돌아가 자식과 노모를 돌봐야 하며 궁핍한 삶을 이어갈 부업과 밭을 일궈야 한다.
하지만 그에게도 변화가 찾아온다. 친구 여동생인 토모에를 다시 보게 되고 복잡미묘한 감정이 생기고 그녀의 전 남편과 대결을 하기도 하는데 그는 진검이 아닌 목검으로 그 남자를 이긴다. 이 일로 인해 그는 바뀐 주군의 명령에 의해 진검을 뽑아드는데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일 뿐 이미 사라져가는 사무라이 정신을 위해서는 아니다.
지쳐가는 삶을 살아 온 것을 증명하듯 세이베이의 표정은 늘 어둡고 피곤해 절어 지쳐보인다. 사무라이로 대단한 실력을 가졌음에도 하급에 속하는 그이기에 적은 녹봉으로 연명하며 살아가야했고 죽은 아내를 위해 아니 가문의 명예를 위해 그의 삶에 맞지 않는 장례식을 치뤄야 했는데 그 돈을 충당하기위해 검까지 팔았다. 사무라이의 목숨처럼 간직해야 할 검까지 판 세이베이였기에 주군의 대한 절대적 복종심, 사무라이의 정신과 의무는 살아가야함에 있어서 불필요한 것으로 바뀌어져 버린것이다.
그것을 대신해 세이베이는 가족을 부양하기위해 힘을 쏟는다. 토모에를 만나면서 그녀가 원하는 것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는데 이것은 자신이 놓인 삶의 위치와 그녀의 삶의 위치가 다르기에 자신에게 온다면 즐거움보다는 고생으로 함께 세상을 살아가야하는 걱정이 앞서서 섣불리 그녀의 마음을 받아주진 않는다. 하지만 그도 남자이고 어린시절 느낀 그 감정이 여전히 남아있기에 주군의 강압적 명령을 행하러 가기전에 그녀에게 진심을 털어놓는다. 그 진심을 토모에도 받아들였기에 결투를 하고 온 세이베이의 얼굴에 따듯한 미소를 선물해준다.
하급 사무라이라고 하더라도 엄연히 사무라이이다. 계급의 차이가 있겠지만 주군을 섬기는 그들은 명령을 받들어야 하고 변하는 시대에 어쩔 수 없는 희생을 행하기도 한다. 그 희생을 반대하는 사무라이의 목숨을 거둬가야하는 세이베이는 그와 긴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를 많이 닮은 듯한 모습을 가진 그들. 사무라이라고 불려지지만 가족들을 생각해야만 하는 그들. 권력층이 바뀌면 엄청난 희생을 치뤄야하는 그들. 이제 그들은 그런 사무라이 시대의 막바지에 놓인 인물들이다. 하지만 세이베이는 사무라이의 정신에 목메어 있지는 않다. 공감하듯 이야기를 나누다가 검을 팔아버렸다는 소리를 듣고 허접한 검을 들고 찾아와 목숨을 뺏어가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늙은 사무라이는 그와 진검승부를 벌인다. 이제는 지킬것이 없는 늙은 사무라이와 어려운 결투를 하지만 지켜야 할 것이 많은 세이베이에게 힘을 준다. 그 결투 후 세이베이는 토모에와 결혼을 하고 두 어린 딸과 노모와 행복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변화하는 시대에서 그는 죽음을 맞이한다.
영화는 사무라이를 대부분 비장미 넘치게 보여줬던 모습과 사뭇 다르다. 사무라이이전에 그들과 한 인간이며 가족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픈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 세이베이. 아버지가 있었다고 영화에서는 어린 딸의 모습을 가진 소녀가 노년이 되어 아버지를 회상하며 되내이는 나레이션으로 진행되었다. 아버지를 사무라이로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의 희생양이 아니라 궁핍한 삶에서 부질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자신의 아버지로써 두 어린 딸과 노모를 지켰던 한 여자를 사랑했던 가슴 따듯한 아버지를 이야기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