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운명

2008. 5. 16. 22:01영화 투덜거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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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내 운명 (You're My Sunshine)             

감      독 : 박진표 
주      연 : 황정민 / 전도연  
장      르 : 멜로  
제작국가 : 한국  
제작년도 : 2005년


몇 년전 뉴스에 사회에 복수를 다짐한 어느 아가씨의 이야기가 보도된 적이 있다.
그 아가씨는 윤락녀였고 에이즈에 걸렸으며 그 사실을 알면서도 많은 남성들과 관계를 가졌다는 것이었다.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진실이 무엇이었는지 나는 잘 모른다. 그저 사회면에서 흥미거리였던 사건속에 다른 이야기도 함께 존재하고 있었다.

박진표 감독이 <너는 내 운명>을 만들면서 그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에이즈라는 소재가 껄꺼럽겠지만 이건 그녀의 이야기보다는 그녀를 사랑한 순정 그 자체인 남자의 이야기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를 만든 것이기에 사랑이란 감정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어느 농촌 노총각. 서른 여섯살인 석중(황정민)은 통장 몇개와 젖소 한 마리를 가지고 있으며 목장을 꿈꾸는 순박한 사람이다. 지금 농촌 총각들이 그렇듯이 결혼문제로 고민하던 석중도 베트남까지 가서 결혼을 하려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자기 젖소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한다.

일을 하려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석중의 눈에 들어온 여자가 생기게 되었다. 스쿠터를 타고 바람에 머리를 찰랑이며 석중의 옆을 지나가는 은하(전도연)는 다방 종업원이다. 석중은 은하를 보기위해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는 자리를 마련하고 순진남을 과시하기 시작한다. 다방에 가서 그녀의 몸짓을 훔쳐보기도 하고 그녀를 위해 티켓을 끊기도 하고(쉬고 가라고 티켓을 끊음) 젖소에서 갖 짠 우유를 갖다주기도 하며 그녀의 곁을 맴돈다. 은하도 그런 석중이 싫지 않았지만 자신에겐 사랑따위는 과분이라 생각하며 그를 멀리하려 하지만 석중의 진심이 통해 결국 은하와 석중은 결혼을 한다.

하지만 달콤한 결혼생활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에게 반갑지 않은 소식이 찾아온다.
석중은 다방에서 일했던 은하의 혈액검사한 결과가 에이즈란 사실을 알게되고 또한 은하의 전 남편 천수가 찾아와 돈을 요구하며 어색한 분위기가 된다. 석중은 천수가 찾아왔다는 것 보다는 은하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에 괴로워 한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몰랐던 은하는 천수가 왔다는 것이 그의 얼굴에 웃음을 잃게 한 것인줄 알고 석중 곁을 떠난다.

에이즈 환자라는 사실이 발각 된 은하. 그 소식을 듣게된 석중은 그녀를 찾아와 면회를 하고 은하가 출소될 때 반갑게 맞아주고 새하얀 눈을 맞으며 다시 그들만의 사랑을 시작하려 행복한 미소를 보여준다.


오랜만에 보는 멜로였다.
솔직히 멜로는 사랑타령이 어쩌고 저쩌고 떠들기만 하고 현실과는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기에 그렇게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다. 하지만 가을이기도 하고 황정민의 순박 농촌 노총각의 연기가 일품이어서 보게 된 <너는 내 운명>을 괜찮게 봤다. 실화를 바탕을 그렸다지만 어쨌거나 극화이다. 출소 후 석중과 은하는 트럭을 타고 웃으면서 어디론가 향한다. 영화에서는 그랬다. 마냥 해피엔딩처럼 둘은 결국 아직 잘 살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들은 헤어졌다. 물론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닐 것이다. 영화 속 에서 보여준 것처럼 에이즈란 사실에 주변 사람들이 꺼려하기 때문에 그들을 받아 줄 곳은 없던 것이다.

에이즈에 대한 선입견(보건소에서 나와 주민들의 혈액을 채취하는 장면에서 말하는 두 노인네의 말, 석중은 에이즈도 안 걸렸지만 주민들은 그를 꺼려하고 심지어 친하게 지냈던 술집에서조차 쫓겨나는 신세가 된다), 농촌 총각들의 결혼 문제(베트남 처녀를 데리고 와서 대화도 안 통하지만 결혼생활을 유지하려 하고 초반에 석중이 돈달라고 들어눕는 모습), 등 여러 이야기를 꺼내놓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너는 내 운명>에서는 석중과 은하의 사랑이야기이다.  

은하의 말처럼 순진함이 지나치면 멍청하다라는 것처럼 순박 그 자체인 석중은 좀처럼 보긴 힘든 인물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런 인물은 존재한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절대 변할 수 없다고 믿는 남자들도 있다. 그 남자들을 대표로 석중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첫눈에 반한 은하를 위해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모두 다 주면서 그녀의 마음을 뺏어보려 하지만 쉽지가 않다. 영화에서는 석중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물론 그가 주인공이고 그가 이끌어 나가기에 그의 모습을 알수있다.

반면에 은하의 모습은 잘 알려주지 않다. 그저 서울에서 내려와 다방일을 하는 사랑은 변한다고 사랑할 생각은 없다고 말하는 여자로 보여준다. 하지만 그녀의 과거는 어두웠던 것 같다. 기둥서방이었을 것 같은 천수가 나타나 그녀를 괴롭히는 것을 보아서는 그녀는 다방에 있기전에 서울에서도 매춘을 했을지도 모르며 술에 쩔어 생활하는 폭력을 행사하는 천수로부터 도망 쳤던 것 같다. 그런 그녀였기에 석중의 마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을테다. 그렇지만 석중과 은하는 결국 결혼을 하고 사랑의 닭살 행각을 벌이기도 한다. 사랑을 하고 있는 남녀에게 위기가 찾아와 헤어질것 같지만 남녀는 극복하고 다시 웃음을 찾게 된다.  진정?

작위적이지도 않으면서 분위기를 만들어내 눈물을 짜내지도 않고 뜨거운 감동을 주려 하지도 않는다. 물론 그런 연출의도겠지만 예전에 봤던 신파극처럼 보이질 않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황정민의 연기가 너무 훌륭해서 몰입해서 연기하는 그를 보고 있어서 현실처럼 느껴져서 그런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사랑을 하고싶어지게 만드는 영화를 보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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