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16. 21:36ㆍ영화 투덜거리기
친절한 금자씨
감 독 : 박찬욱
주 연 : 이영애, 최민식
장 르 : 드라마 / 스릴러
제작국가 : 한국
제작년도 : 2005년
이금자(이영애)는 동부이촌동 박원모 어린이 유괴살인사건으로 13년동안 감옥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 때 그녀는 교생실습을 나온 백선생(최민식)을 알게되었고, 백선생의 착한유괴를 가담되었지만 결과는 나쁜유괴가 되어버렸다. 더욱 나쁜 상황은 백선생은 이금자의 아기를 볼모로 이금자에게 죄를 뒤집어 씌게 만들어 자수하게 만들고 그로인해 13년의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 것이다. 이미 범인도 밝혀졌으므로 이금자의 뒤를 밟기만 하면 그만이다.
그 방법을 따라가자면 13년 세월속에서 계획된 감옥생활에서부터 시작이다. 여러 죄수를 도와 그녀의 편을 만들고 출소 후, 이금자로부터 도움을 받은 그녀들에게 찾아가 이금자로부터 받은 도움을 그녀들에게서 되돌려 받게 되어 복수의 진행은 쉽게쉽게 이뤄진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의 마지막이야기.
<복수는 나의 것>에서 보여줬던 차갑고도 조용해 보이는 복수. 착한 모습으로 비춰졌던 그들이 서로 얽히게 되어 복수의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보여줬고, <올드 보이>에서는 주인공이 15년동안 갇힌 이유를 찾아가며 그에 응당하는 역동적인 복수를 보여줬다.
<친절한 금자씨>는 전작들과 다른 표현을 보여주며 복수이야기를 끄집어내지만 여전히 복수의 결말은 하나같이 똑같다. 복수란것이 상대방의 실수나 고의일지도 모르는 일에 휘말려 자신에게 고통을 심어준 일임에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전해주는 일이다. 그렇기에 그 복수 또한 또 다른 복수를 야기하고 복수를 해 자신과 똑같은 고통을 겪게 만들어놨더라도 느끼는 희열감도 생각보다 그렇게 크진 않을 것이다. 희열감보다는 허무감이 더 클것이다. 복수를 통해 자신의 고통을 전달하려하지만 전달한 다음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또 일어났던 일들이 하얀백지처럼 그위에 다시 시작하는 것도 아니니 복수는 그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친절한 금자씨>는 제목 그대로 관객에겐 친절한 영화이다.
나래이션으로 알기쉽게 상황정리 해주며 이금자가 출소 후, 부딪히는 여자들의 이력을 자세히 보여주며 어떻게 진행되어가는지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더욱 친절한 것은 그 동안 전작에서 보여줬던 잔인하다면 잔인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진 않는다. (잔인하다는 장면이라고 느끼는 부분은 이금자의 친절함(?)에 불려온 유괴당한 아이의 부모들이 한자리에 모여 백선생을 처벌하는 장면 후의 비닐위에 있던 피를 양동이 가득 채우는 장면이다. 그저 한장면이라고 느낀다면 이 장면조차도 잔인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전장면들을 떠올리며 일어났던 일들을 상상한다면 상당히 끔직할 수 있다.)
그렇다고 영화 전체가 친절하진 않다.
불친절했던 장면은 나래이션과 이금자와 백선생의 폐교장면전까지 펼쳐졌던 이야기다. 감옥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만날때마 불쑥 자세하게 보여주는 과거감옥생활장면을 보여주는 것과 나래이션은 관객에게 영화에 몰입하기에 거리를 두게 만들어 버렸다. 어차피 이금자의 입장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보니 자연스레 관객들은 이금자와 함께해야한다. 그러기에 그녀에게 흡입된다면 영화와 자연스레 동화되어갈 수도 있었지만 거리를 두면서 이금자를 먼 발치에서 바라보게 만들었다.
복수를 위해 13년간 복역생활을 하면서 조용하게 생활하면서도 이용할 가치가 있는 죄수들을 자신에게 꾀기위해 그녀들에게 도움을 주며 친절한 금자씨로 불려지기도 하고, 출소 후 자신을 기다리는 목사가 두부를 건네주며 두부처럼 죄짓지말고 하얗게 시작하라는 말에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을 하며 그동안의 가려진 모습을 본격적으로 보여준다.
백선생과 함께 착한유괴를 꾀했다가 백선생이 아이를 죽이는 바람에 뒤집어쓴 댓가 - 13년의 복역생활뿐만아니라 자신의 딸과 헤어져야 했다. 그래도 그녀는 자신의 죄를 씻어내려고 기도를 하면서 얼굴에 하얀빛을 발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의 기도속에서 꿈꾸는 소망은 개같은 백선생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어 총알세례를 선물하는 것이다. 이금자는 복수를 하기전에 속죄의 뜻으로 원모의 부모앞에서 새끼손가락을 자르기도 한다. 하지만 나래이션에서 말했던 것처럼 그 동안 번 돈을 수술비에 써버리는 무모함을 보였다. 용서도 받지 못하고 가지고 있던 것도 쓰게되어버리고... 다시 심기일전해서 빵집에서 일을 하며 복수하기위한 돈을 가불로 충당해가며 백선생을 폐교로 데려가 총으로 죽여버릴려고 한다. 하지만 백선생과 눈이 마주치며 마음이 흔들린 듯 보였지만 핸드폰고리를 보고는 다른 유괴사건이 있었음을 알아낸다. 금자의 사적인 복수는 백선생의 발에 총을 박아버리면서 끝나고 다시 집단복수를 불러들인다. 잊어버리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유괴당한 아이들의 부모들을 불러와 백선생의 만행을 보여주며 그를 집단적으로 복수를 한다. 그리고 만찬을 즐기지만 여전히 죄를 씻어지진 못했다. 구원을 손길을 원했지만 원모는 이금자의 입에 재갈을 채워버렸다.
출소 후, 두부를 엎어버리면서까지 복수로서 속죄를 꿈꾸고자 했지만 복수를 이뤄냈음에 새하얀 케이크에 얼굴을 묻어 모조리 먹음으로 깨끗해질것 같은 몸부림을 쳤지만 속죄의 구원은 얻지못한 듯 하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유머가 넘친다.
목사를 희화화하기도 하고, 감옥에서 목욕탕에서 앞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틈에 슬쩍 들어와 바닥에 비누칠하며 넘어지게 만드는 장면, 아무래도 압권은 영어를 잘 못하는 이금자가 백선생의 통역에 의해 딸인 제니에게 대화를 하는 장면이다. 뭘 잘했다고 중간에서 이금자와 딸의 감정까지 집어넣어가며 영어통역을 하는 장면은 웃지말아야할 장면에서 웃게 만들어버린다. 또 집단으로 백선생을 가해하기 위해 대기하는 부모님들에게 차를 나눠주며 복도를 닦는 최반장을 보여주는 장면, 케이크를 먹으며 천사와 왔다며 이야기 나누면서 결국 계좌번호만 남겨놓고 눈오는 것을 보고는 어떻게 돌아가야할지 걱정하는 장면등등... 유머와 함께 씁씁함을 남겨준다.
아쉬운점은 백선생을 처음부터 복수의 대상을 정했다는 것. 함께 유괴에 가담했으면서 자신의 죄를 백선생에게 모조리 덮어버렸다는 점. 또한 폐교에서 부모들에 질문을 받으면서 백선생이 살인해 돈을 뜯어낸 이유(보트를 산다고 했다)를 더듬으면서 그것이 정말 그 이유였는지 조차 설명해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지막 할머니처럼 보이는 사모님이 왜 멀쩡해보이는 사람이 그런짓을 했을때 백선생이 그러지 않는가?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어요. 사모님 " 맞는 말이다. 복수는 한 그들은 과연 행복할까? 밀고방지를 위해 사진을 찍고 이금자의 위협으로 그것이 지켜질 수 있을까? 다행히도 백선생에게는 자식이 없다.(.............) 그렇다고 과연? 그동안 박찬욱 감독이 보여줬던 복수의 대상이 이렇게 단순하게 정리된게 없었기에 아쉬움이 남는것이다. 복수의 대상일지라도 상대방에 의해 아니면 다른 사람에 의해 그도 피해를 봤던 경험이 있었으니 말이다.
난 여전히 박찬호 감독의 복수이야기중에서는 <복수는 나의 것>이 좋다.
<친절한 금자씨>는 전작들과는 달리 가벼워보이며 스타일리쉬한 이미지 가득한 화면으로 단순한 이야기를 가린 듯 하다. 판타지적 요소가 많이 첨가되었다. 그곳에는 여러 뜻이 담겨져 있을 수 도 있겠지만 그래도 <복수는 나의 것>에서 보여줬던 정적인 장면장면들이 더 여운이 남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복수극을 그리면서 복수의 무의미함을 보여준게 좋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