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16. 21:35ㆍ영화 투덜거리기
아일랜드 (The Island)
감 독 : 마이클 베이
주 연 : 이완 맥그리거, 스칼렛 요한슨
장 르 : SF / 액션
제작국가 : 미국
제작년도 : 2005년
인간복제가 이슈화된지도 오래되었다. 영화에서도 많이 나온 소재이기에 그리 신선한 발상은 아니다. 의미심장한 주제의식을 보여주기엔 너무 무거워서 관객들에게 외면 받을 수도 있고, 또한 가볍게 여기기에는 현실에서도 이미 벌어지고 있기에 쉽게 넘어 갈 소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소재를 그 동안 액션의 재미를 보여줬던 마이클 베이감독이 풀어나간다면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의미있는 주제의식을 보여줄 수 도 있겠다. 다만 그는 액션영화를 주로 만든 감독이기에 섣불리 인간복제이야기를 심층적으로 논하지는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무더운 여름에 시원시원한 액션을 즐기고 싶다면 또한 인간복제이야기를 보고싶다면 <아일랜드>를 봐도 괜찮을 듯 하다.
2019년 멀지않은 미래, 하얀색 유니폼을 입은 오염지역에서 구출되어 온 사람들, 그들을 관리하는 검은색 유니폼을 입은 자들이 존재한다. 이미 지구는 오염이 되어 생물이 살 수 없고, 유일하게 남은 아일랜드로 사람들은 가고 싶어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겨움을 느끼고 이곳의 시스템에 호기심을 가지고, 밤에 악몽을 꿈꾸는 링컨 6-에코(이완 맥그리거)는 아일랜드의 실상을 알게되고 그의 친구인 조던 2-델타(스칼렛 요한슨)를 데리고 그곳을 빠져나와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알게되고 자신들을 만들어달라는 고객에게 달려간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상미와 액션은 화려하다.
남성적인 느낌을 가득 주는 그의 액션은 언제나 나에게 만족을 선사한다.
그의 주특기인 총격씬(여기에서는 스칼렛 요한슨이 누워있다가 쏘는 장면)과 자동차 추격씬, 특정장면에서 화면돌리기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물론 그가 그 동안 영화에서 보여줬던 장면이랑 흡사해서 새로울 것이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의 액션은 무더위를 날린 만큼 짜릿하면서 근사하다.
다만 이번에는 조금 더 과장이 심한 장면이 있어서 나에게는 그 장면이 오점이 되었다. 비행 모터 사이클인 와습을 타고 가던 중 70층을 쑥대밭으로 만든 후 R 로고에 매달려 상대방의 총질에 떨어지는 장면에서도 무사히 살아나는 장면이다. 그물에 걸렸다고 그렇게 살아나다니... 또한 트럭위에서 열심히 물건을 밀어제끼는데도 운전수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끝끝내 타이어에 총을 맞아야 그때 정지를 하고만다. 이것 말고는 특별하게 딴지를 걸고 싶은 장면은 없다.
섬뜩한 인간배양모습은 엑스파일이나 매트릭스같은 영화에서 이미 봐왔고 인체의 신비전을 관람했던 기억에 그리 색다른 맛은 느끼지 못했다. 역시 이 영화도 액션주류인 영화니깐 보면서 즐기면 된다. CF를 생각하게 하는 영상미와 액션은 여전히 멋있다. 영화 속 광고를 보는 것도 재밌다.
영화 이야기로 들어가면 그리 심도높은 인간복제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초반에 마이클베이식의 액션을 뒤로하며 진행되는 이야기는 섬뜩하다. 또한 곳곳의 몇몇 장면은 인간복제를 이행한 후 벌어질지도 모를 일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를 보는 이들은 이미 알고 있다. 하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은 클론이며 돈 많은 고객들의 주문에 의해 생산된 제품이라는 것을... 그 제품들을 관리하기 위해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수시로 그들을 체크해 나아가며 최상품 품질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인간이 아닌 그저 제품인것이다. “물건 잘 나왔다. 인식표 붙여서 출고해.” 라며 물건 취급하는건 당연한 것이다. 그들을 위한답시고 운동, 음식조절, 몸 상태 체크 등은 500만달러의 제품을 유지하기 위해서일뿐이다. 그리고 클론들이 하는 일들은 새로운 만들어지는 제품들에게 공급되는 영양분주입일이다. 또한 그들에게 주입한 아일랜드의 꿈은 현실에서는 황천길을 뜻하는 것이다. 오염된 지구에서 유일한 낙원 아일랜드가 있다며 제품생산초기에 주입된 의식을 되내이며 추첨을 행해 아일랜드로 보내는... 사실 아일랜드로 간다는 것은 고객에게 신선한 장기를 이식 시켜줄 또는 대리모로 아기를 낳아 줄 수술실로 들어가는 것이다.
돈 많은 고객들이 주문한(그들은 그냥 무의식으로 존재한다고 믿고있다) 제품들은 그들의 모습을 띄며 세상밖으로 나오지만 겉모습에 걸맞지 않게 엄지손가락을 빨고 있으며 메릭 바이오테크사에서 제공하는 생활권에서는 15살의 지능으로 지내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의 본능을 쉽게 봤고(물론 인간복제품이지만) 인간의 원초적인 호기심을 간과하게 여겨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인간복제품들을 리콜하기도 한다. 인간이 아닌 그저 상품, 제품으로만 취급받을 뿐이다. 이 사실을 알고난 링컨은 조던을 데리고 탈출하고 그들의 고객을 만나러가기 위해 벌어지는 사이에서 메릭 바이오테크사가 고용한 사설경호대와의 도망치고 쫓기는 모습을 시원한 액션으로 보여준다.
아일랜드로 간 산모와 스탁웨어를 보여주면서 산모에겐 아기를 낳은 후 바로 죽이고, 스탁웨어에겐 장기를 빼내기 위해 가슴절개를 하지만 잠시 의식이 돌아온 그가 병원복도를 누비면 살고 싶다고 아일랜드도 보내준다고 울부짖는 모습은 정말 끔찍했다.
링컨과 조던을 도우는 인간적인 면이 살아있는 맥코드(스티브 부세미)는 그들에게 의미있는 말을 한다. “쇠고기를 먹는다고 소를 만나진 않아.”라는 말처럼 자신들의 생을 연장시키기 위해 수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유지 하고픈 인간의 본성, 즉 자신만을 생각할 뿐이며 자신을 위해 기증되는 장기를 가진 복제인간따위에는 애초에 관심조차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복제품을 주문하는 사람들은 부호들이다. 심지어 대통령까지... 이것이 뉴 아메리카 드림이라고 말을 하는... 조던의 기억을 읊조리며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부럽다는 식을 내 비취는 모습은 역설적으로 돈의 좌지우지 되는 인생사가 서글프다는 것이다. 아무리 복제인간이 있더라도 서민들은 도저히 꿈을 꾸지 못하는 것이기에... (조던에게 아내의 옷을 줄때, 간호사복이랑 다른 이상한 옷을 보여줄때는 정말 웃겼다. 또한 맥코드를 찾기위해 들어간 술집에서 뒷간에서 똥을 때린다는 말을 제대로 알리 없는 링컨과 조던의 말은 정말 웃겼다. 뒷간에 뭐를 때린다는데 ... )
복제품 링컨과 고객 링컨이 사설경호대 앞에서 서로가 링컨이라고 외치고 클론인 링컨이 진짜 링컨에게 팔찌를 채우면서 앞에서 보는 알렉스 로렌트(지몬 한수)는 팔찌를 보고 그가 가짜로 생각하고 그를 죽인다.
위에서 말한 세 장면은 인간복제의 위험성(?)이라고나 할까! 그런 의미를 부여하게 만든다. 심각하게 재촉하진 않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한번쯤 인간복제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던지는 의미있는 장면임에는 틀림없다.
영화의 결말은 다소 작위적이지만 나름대로 괜찮기도 하다. 솔직히 클론들을 리콜하기위해 폐기처분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결말을 이끌어 냈더라면 인간복제의 장점이 아닌 단점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었을텐데 조금은 아쉽게도 링컨과 조던을 투입시켜 클론들을 그곳에서 빠져나오게 만든다. 그렇다고 그것이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자신자신이 아일랜드라며 안식을 취하는 듯 하지만 과연 그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어딜까? 또한 자신의 존재가치를 어떻게 인정해야 할까? 세상에서 자신자신이 유일하게 존재해야하는 인격체로 아니면 자신을 주문한 고객을 위한 대체생명체쯤으로 여겨야 할까? 영화를 보면서 액션을 즐기면서도 한번쯤 생각해봐야하는 문제를 던지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