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17. 22:12ㆍ영화 투덜거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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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을 향하여 (Paradise Now)
감 독 : 하니 아부 아사드
주 연 : 카이스 나쉐프 / 알리 슐리만
장 르 : 드라마
제작국가 :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 네덜란드
제작년도 : 2005년
웨스트 뱅크라고 불리우는 곳은 이스라엘에 쫓겨 난 팔레스타인들이 살아가고 있는 지역이다.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는 두 청년 자이드와 할레드는 팔레스타인 저항군 조직의 부름을 받고 자살테러에 투입이 된다. 출정하기 전에 비디오로 자신들의 마지막 모습을 담고 알라신의 부름에 의한 일이기에 신성하게 온몸을 깨끗이하고 몸에 폭탄을 두른다. 주변 조직원들의 기대룰 받으며 이스라엘로 향하던 중 뜻하지 않게 돌아오게 된다. 자의로 돌아오는 건 아니었지만 어쨌건 저항군 조직에게는 상당한 피해가 되는 것이기에 그들이 빨리 오던가 아니면 이스라엘로 가서 폭탄을 터뜨려줘야 한다.
하지만 할레드만 그들에게 돌아오게 되고 몸에 폭탄을 지닌채 자이드는 방황하게 된다. 저항군 조직은 혹시 배신할지도 모르니 그를 찾아나서지만 쉽게 그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고 할레드는 자이드가 어릴적부터 친구였기에 배신하지 않는다며 직접 찾아나서 결국 그를 만나게 된다.
자이드와 할레드에게 자살폭탄 테러를 실행하는 전날 알려줬다. 알라신의 뜻이기에 조국을 위해 순교한다는 믿음에 받아들이지만 자이드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하지 않다. 몸에 폭탄을 두르고 비디오를 찍으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이게 잘하는 짓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계획을 실행하던 날 일이 틀어지면서 자살폭탄테러 방법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할레드는 자이드를 좋아하는 수하의 말을 듣고 혹은 아직 자이드의 모습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저항방법에 대해 흔들리게 된다. 그런데 자이드는 그의 마음을 다 잡았던지 아니면 아버지의 배신자 낙인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라서인지 무모한 테러를 감행하려고만 한다.
다행히 할레드는 자이드를 찾게 되고 그를 저항군 조직으로 데리고 온다. 그런데 이들에게 기다리는 것은 좌초된 계획을 다시 실행하는 것이다. 조직원은 그들에게 선택을 하라고 권유하지만 그것은 강압일뿐이다. 만약 자신이 자살테러를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면 그들의 아버지처럼 배신자로 낙인찍여 그 지역에서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선택의 여지없이 다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하러 이스라엘로 오게 된 두 청년은 끝까지 고민하게 된다. 할레드의 권유로 자이드도 돌아갈 듯 몸을 돌리지만 홀로 계획대로 자살테러를 실행하고 영화는 끝이 난다.
테러 - 요즘들어 자주 영화에 등장하는 듯 하다. 물론 예전에도 액션영화에서 악의 상징으로 아무 관련없는 사람들에게 처참한 상황을 맛보게 하는 정의의 반대세력으로만 존재했지만 최근에 그려지는 테러범들에게는 사건보다는 그들이 왜 그것을 해야하는지 이유를 말해주면서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보여주며 또한 테러가 그저 무모한 행동이며 다른 방법을 찾아야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그 영향이 9.11 테러에서부터 시작이 되었겠지만 그 당시에는 테러집단의 폭력성만 세상에 부각되었고 이유를 찾지 않은 채 테러라는 것 자체를 반 인륜적인 모습에 반감만 증폭시켰지만 다행히 지금은 그 이유를 찾아보려는 그들 입장에서 한번쯤 생각해 보려는 영화들이 간혹 등장하기에 생각할 기회를 줘서 다행인듯 싶다.
<뮌헨>에서는 이스라엘 입장에서 모호한 평화방법을 모색하자는 내용을 스릴 넘치게 그려졌고 물론 그 와중에서 아랍세력의 테러집단과 잠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등장하긴 했지만 왜 그들이 테러를 하려하는지 자세하게 안 알려준 듯 하다. 그리고 <시리아나>는 미국 석유기업에서 부당하게 해고 된 와심이 <천국을 향하여>에서처럼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설명을 안해줬지만 그가 처한 모습을 보면서 그가 왜 테러라는 일을 해야만 했는지 설득력있게 보여줬다. 이 영화에서는 테러를 다루는 영화임에도 총격전이나 테러의 폭발모습을 전혀 보여주질 않는다. 영화 중반에 폭탄을 몸에 지닌채 이곳저곳을 떠도는 자이드의 모습을 보면서 아찔함을 느끼지만 폭력적인 모습은 전혀 그려지질 않았다. 그저 이 영화는 그들이 왜 테러를 행하려 했는지 실행하기 전에 테러범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테러의 무모함. 복수는 다른 복수를 낳게되고 서로에게 피를 부를뿐이며 지옥같은 현실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이드와 할레드에게 테러범이라고 돌을 던질 순 없다.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모습은 어쩌면 그들이 사는 곳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순교자이며 영웅일 수 있다. 지옥같이 살아가는 현실보다는 알라신이 전해주는 죽음을 통해 천국으로 가는 것이 그들에게는 차라리 편한지도 모를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