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17. 21:58ㆍ영화 투덜거리기
손님은 왕이다 (The Customer Is Always Right)
감 독 : 오기현
주 연 : 성지루 / 명계남 / 성현아 / 이선균
장 르 : 스릴러
제작국가 : 한국
제작년도 : 2006년
명이발관의 명 이발사 안창진(성지루)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 자부심이 강하며 성실하게 손님들을 대해주고 바쁜 아내의 점심 걱정을 하는 착한 남자이다. 그의 깔끔한 성격탓인지 이발관 바닥은 하얀색 검은색 바둑판모양으로 되어있으며 이발기구도 가지런히 이발가운도 깨끗하게 마무리한 후 하루일을 시작하게 된다. 일을 하면서도 주저리주저리 말이 나오는 노래가 아닌 클래식을 들으며 손님을 왕으로 모시고 있다. 안창진의 곁에는 그와의 어울려보이지 않는 외모를 가진 아내 전연옥(성현아)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둘의 관계가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그녀는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났고 집에서 남편과 있기보다는 라이프 플래너로써 바깥활동을 즐겨한다.
외견상으로는 평화로워 보이는 이발관에 '나는 너의 추악한 비밀을 알고 있다' 라는 글이 쓰인 엽서가 오면서 불길한 기운이 다가오기 시작한다.
순진무구해보이는 안창진. 그가 그 글을 보고는 놀라게 된다. 만약 정말 나쁜짓 안하고 바보같아 보일정도로 착하게만 살아왔다면 그저 어느놈의 장난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안창진은 그러질 못하는 것이다. 몇 달전 그는 원조교제를 할 뻔 했다. 함께 모텔에 들어갔지만 일은 치루지 못했다. 아니 되레 그 여자에게 돈을 뺏기게 되는 일이 되었고 그녀를 찾아 차를 몰기도 했다. 그런 일이 있었기에 도둑이 자기 발 절인다는 것처럼 엽서의 쓰인 글에 흠짓 놀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엽서를 보내 준 사람은 외형적으로도 무서워 보이는 김양길(명계남)이라는 사람인데 결국 직접 안창진의 이발관에 찾아간다. 이발하고 면도하고 협박하고 그 댓가로 돈까지 뜯어낸다. 다음번엔 지금 준 돈의 2배로 가져가겠다고 돈을 미리 준비하라고 말을 한다.
영화 중반까지 이런 반복이 멋스러운 분위기를 연출시키며 계속 되다가 무너져버린 느낌이다. 솔직히 나는 영화 예고편의 음악과 무언가 있을것같은 더군나나 내가 좋아하는 스릴러로 진행된다는 게 마음에 들어 보게 되었는데 홍보에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릴러의 밋밋함. 후반부의 감춰뒀던 하나의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그것도 이미 시작부분에서도 그러한 분위기는 풍겼으니 식상함이 묻어난다. 스릴러로써 긴장감을 가지면서 봐야하지만 밋밋하게 조성되는 분위기를 느껴야했고 중반이후의 명배우 이야기를 관망해야한다. 명계남이 싫다는 건 아니다. 싫은 배우는 성현아였다. 그럼에도 나는 이 영화를 보러 갔는데 내가 원했던 진행과는 다른 게 튀어나와 당혹스러웠다. 그 이야기가 실망스러운 건 아니지만 장르적 영화를 즐기려고 간 나에게는 썩 달갑게 보여지진 않았다는 것이다. 명배우 명계남의 이야기를 섞여가며 사건의 실마리를 말해주는데 너무나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왜 그런일이 일어난건지 왜 자신이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 후반부를 꽉 채워준다. 그런 이야기를 한것이 감독이 명계남을 좋아했기에 바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아니었다.
솔직히 전연옥이 아침에 안창진에게 가식으로 대하면서 차를 몰고 출근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때 느꼈다. 이 여자 무언가 있을거라면서 말이다. 뺑소니를 미끼로 협박을 했던 김양길. 원조교제를 할 뻔 했던 비밀을 가진 안창진. 그 중간지점에서 안창진이 차를 몰면서 여자를 쫓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그 사람이 일을 저질렀을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지만 사고는 보여주지 않았으며 차는 이미 찌그러져있었다. 거기에다 김양길의 뒷조사를 부탁했던 이장길(이선균)이 전연옥과 협상을 벌이는데 그 마지막 이야기가 이쯤에서 나온다. 그렇게 탄탄한 이야기같아 보이진 않고 그저 여느 영화에서 보아온 방법을 이 영화도 똑같이 구사한 것이다.
초반의 깔끔한 출발과 추악한 비밀을 알고 있다는 사내와 그 비밀에 협박을 당하는 남자의 대립. 그렇지만 협박남의 비밀이 그들의 대립구도보다 더 치중했다. 이 영화 시나리오 제목이 <명배우 죽이기>였단다. 그 사실을 알고 영화를 보았다면 후반부 이야기가 당황스럽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 것을 모르고 그저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스릴러쯤으로 여겨져 기대했던 게 실수였던 것 같다. 그렇기에 명계남을 위해 만들어진 명계남에게 바친 영화로 비춰졌다. 내가 원한건 다른 이야기였지만...
관객이 왕이 아니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괜찮아 보이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