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2008. 5. 17. 21:46영화 투덜거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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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의 남자   

감      독 : 이준익 
주      연 : 감우성 / 정진영 / 강성연 / 이준기  
장      르 : 드라마 
제작국가 : 한국  
제작년도 : 2005년


광대들이 양반앞에서 한판 놀고 먹을 것을 기다리고 있지만 양반은 공길이(이준기)를 따로 부른다. 천한 신분인 광대들은 한끼의 식사를 위해 재주를 부렸지만 양반들은 다른 재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생이(감우성)는 그런 상황이 못 마땅해 공길이와 함께 뛰쳐나와 한양으로 올라오게 되고 그곳에서 재주를 부리며 전을 모으는 육갑. 칠득. 팔복이를 만나게 되고 개나 소나 이야기하는 왕을 가지고 놀이판을 벌이고 맛난 끼니를 해결한다. 하지만 그들의 놀이판을 본 처선(장항선)은 왕을 희롱하고 있는 광대들이 못마땅해 의금부로 데려와 벌을 주기 시작한다. 장생은 처선에게 만약 왕을 웃기면 희롱이 안되는 것이니 왕에게 데려다 달라고 부탁을 하고 궁으로 들어와 목숨을 건 놀이판을 시작하게 된다.

평민들앞에서 자연스레 놀이를 했던 광대들은 궁안의 삭막한 분위기에 얼어붙어 더군나나 조선시대의 절대권력자인 연산(정진영)앞에서 하는지라 제 실력을 발휘하진 못한다. 그 절대위기에서 공길이의 윗입, 아랫입 기지로 연산에게로부터 웃음을 얻게 된다.  신하들의 아우성에 궁밖으로 쫓겨나게 될 처지에 놓인 광대들은 이제는 신하들의 비리를 말해주는 판을 벌이고 역시 왕은 크게 웃게 된다. 하지만 그 공연의 주인공은 파직이 되고 손가락까지 잘리게 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면서 광대들의 공연은 누군가를 작살내는 싸늘한 놀이판으로 변하게 된다.

제목이 <왕의 남자> 이다. 수많은 후궁들을 데리고 있는 왕이 옆에 남자를 놓게 한다니 이상하다. 그 왕의 남자가 광대들 중 여자역할을 하는 공길이다. 여자들이 봐도 부러움을 살만한 피부를 가진 공길이는 연산의 눈에 들어 왕의 처소까지 들락날락하게 된다. 그렇다고 연산이 공길이를 성적 노리개 상대로 취급하는게 아니라 마음의 안식을 얻는 인물일 뿐이다. 연산은 아픔이 많은 인물이다. 선왕 성종의 족쇄에 놓여 절대권력자인 왕의 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있으며 신하들에게 제재를 많이 받고 어머니가 사약으로 죽은 사연이 있는 인물이다. 3명의 왕을 모신 처선이 보내준 광대들로부터 웃음을 찾았지만 그 놀이판을 통해 폭군적인 모습을 다시금 들어낸다. 광대를 불러들인게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왕권과 신권을 다시 조정해 왕권강화에 목적을 이루기위해서였다.

공길이는 광대들틈에서 여자역할을 하며 양반들에게 몸을 팔아 끼니를 해결했지만 그런 상황이 장생이는 싫었다. 결국 장생이와 함께 도망쳐 나왔지만 공길이는 조선의 왕에게까지 부름을 받게되며 그 역할을 또 한번 겪게 된다. 절대권력자이기에 무서움을 느끼면서도 벗어나려하지 않고 운명에 따르려 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보인다. 장생이는 광대의 자질을 갖춘 자유인이다. 더이상 떨어진 곳도 없거니와 인생 즐기다 가면 그만인 것을 알기에 왕을 조롱거리로 만들기도 하며 심지어 왕에게 직접 거침없이 말을 퍼붓기도 한다.

영화를 보면 광대놀이를 한판 신나게 보는 느낌이다. 광대들이 직접적인 공연을 펼칠때에는 아주 재밌게 웃게되지만 그 웃음이 계속 될 순 없다. 광대들의 공연이 끝난 후에는 연산의 공연이 이어지기에 분위기가 싸늘해지며 그 웃음은 사그러들고 비극적인 모습을 보아야만 한다. 왕과 신하들이 오가는 대화에서나 파직된 양반이 연산을 내쫓기 위해 처선에게 같은편에 있자고 하는 장면이나 사냥놀이에서 신하가 공길이들 죽이려 하는 모습이나 광대들이 공연하는 뇌물비리 장면들은 지금 이 시대에 살아가는 정치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철새 정치인. 민심을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입에 발린 소리만 하는 정치인. 좋은자리를 꿰차기위해서 뇌물을 주거나 받는 정치인 등등 권력집단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풍자를 하지만 그 강함이 크진 않아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예술인들의 애환을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한다. 어쩌면 조선시대의 광대들은 지금의 배우들 예술인들 일테니 권력자를 논하지만 권력자의 뜻대로 예술이 이루워지는 비슷한 모습도 비춰지기도 한다. 또한 다음 공연을 펼치기위해서 흥행을 해야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살기위해서 왕앞에서 웃음을 이끌어내야하는 광대들과 흡사해 보였다.

풍자와 비판은 솔직하게 약했지만 괜찮은 영화 한편이었다. 연기자들의 연기도 그들이 입은 의상만큼 어울렸으며 궁중연희장면이나 광대들의 놀이판도 재미를 주었고 영화가 끝나고나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었기에 만족스러웠다. 영화에 생각을 부여하는 건 자기 주관적이니 곳곳에 영화장면에 자신의 취향에 따라 생각을 달리하는 부분이 많아서 좋았다.

<황산벌>에 이어 <왕의 남자>로 이어지는 시대극을 연출한 이준익 감독의 취향이 내가 원하는 것과 비슷해 좋았다. 사극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너무 정형화된 너무 알려진 이야기만 들춰내기에 따분하고 눈길을 사로잡지 못했는데 황산벌에서의 사투리(예전부터 그런생각을 했다. 왕도 분명히 사투리 쓸수도 있을텐데 위인들이라고 꼭 표준말을 썼던 건 아닐텐데 그런 생각을 말이다.) 왕의 남자에서의 낮은 신분의 이야기가 끌리게 만들었다. 다음에 또 시대극을 만든다면 흔쾌히 볼 의향이 있다.

어쨌거나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장생이지만 사람들마다 느낄 수 있는 인물은 여럿 존재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권력을 쫓고 권세를 누리기 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목숨을 바치면서 여생을 즐기고 싶은 생각일 것이다. 그렇기에 권력에 저항하며 자신이 하고픈 말을 내뱉으며 끝까지 자유롭게 살다간 장생이를 부러워 할 것이다.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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