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17. 21:43ㆍ영화 투덜거리기
킹콩 (King Kong)
감 독 : 피터 잭슨
주 연 : 나오미 왓츠 / 잭 블랙 / 에드리언 브로디
장 르 : 어드벤처 / 로맨스
제작국가 : 미국
제작년도 : 2005년
1933년 킹콩을 리메이크한 피터잭슨의 2005년 킹콩은 CG의 힘에 완벽하게 되살아났다. 반지의 제왕에서 보여 준 기술력과 수천억원의 자본으로 그려냈으니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완벽한 CG도 여러 장면에서 티가 많이 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하더라도 영화를 즐기기에는 막힘이 없었다.
원작을 못 본 사람들이라도 콩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오르는 장면은 누구나 다 기억하고 있을것이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섬에 도착한 일행들이 콩과 만나게 되고 콩에게 잡힌 여인을 구하기위해 목숨을 건 모험을 펼치며 결국 콩을 잡아 뉴욕으로 데려와 쑈를 진행하다가 탈주극을 벌인다는 내용과 구성은 원작의 기본적인 줄거리를 그대로 썼다. 원작에서도 그러하듯이 콩이 나타나기까지는 영화의 상당부분을 차지하지만 영화감독 칼 덴햄(잭 블랙)과 여배우 앤 대로우(나오미 왓츠)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추가돼 개연성을 더 확고히 한다.
영화 촬영을 위해 벤처호에 몸을 싣게 된 일행들은 해골섬에 도착하게 된다.
목적지인 해골섬을 숨긴 채 새로운 화면을 가득 담을 생각에 들뜬 칼 덴햄, 수많은 남자들 중에서 유일한 여자인 앤 대로우, 시나리오 작가인 잭 드리스콜, 벤처호의 선장등 일행들은 무인도인줄만 알았던 해골섬에서 무서운 원주민을 만나게되고 그곳을 떠나려 하지만 백인여자를 본 원주민이 콩에게 바칠 제물로 납치해가는 바람에 일행들은 그녀를 구하기위해 모험을 펼치게 된다.
방벽을 쌓고 지낸 원주민들의 터전을 뒤로한 섬 전체의 모습은 인간이 닿지 않은 원시림을 띄고 있으며 커다란 고릴라인 콩, 멸망한것으로 알려진 공룡들, 커다란 벌레나 박쥐들이 살아가고 있는 곳이었다. 총을 쥐고 앤을 찾으러 간 일행들은 온갖 위험속에서도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갔지만 많은 사람들이 처참하게 죽게 된다. 한편 콩에게 잡혀간 앤은 비명을 지르며 탈출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이내 콩에게 잡힌다. 장난감인냥 앤을 가지고 놀던 콩은 눈에서 묘한 분위기를 뿜어내며 공룡에게 잡아먹힐뻔한 앤을 구해주기도 한다. 앤도 콩의 그러한 모습에 동화가 되었는지 콩의 안식처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잠을 자기도 한다.
앤을 구하러 왔던 일행 중 잭은 그녀가 있는 곳으로 칼 덴햄과 선장은 콩을 생포하기로 한다. 박쥐들의 도움을 받아 앤을 구한 잭은 달리기 시작하고 콩을 잡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덴햄과 선장 일행은 결국 콩을 잡게 된다.
뉴욕으로 생포해온 콩은 '세계 8대 불가사의 킹콩' 이라는 타이틀을 가진채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칼 덴햄에게 큰 돈을 주는 듯 했으나 기자들의 사진기 후레쉬에 놀라 묶여있는 팔과 다리를 풀고 뉴욕거리에서 횡포를 부리기 시작한다. 공포에 휩쌓인 사람들 속에서 금발머리를 한 여자들을 골라내며 유심시 살펴보는 콩은 앤을 원했던 것이다. 난리법석이 된 상황에서 앤은 소식을 듣고 콩의 곁에 가게 되고 해골섬에서 그랬듯이 제일 높은 곳을 향해 오르기 시작한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올라가게 된 콩과 앤은 뉴욕의 노을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감상하지만 비행기의 공격에 의해 결국 콩은 최후를 맞이 하게 된다.
원작에서 콩에게 잡혀갔던 앤은 소리만 질렀다. 그런 비명소리만 질러대는 앤을 콩은 좋아했다. 아마도 원주민의 식상한 제물과는 달랐던 금발을 가진 백인여자라는 제물을 처음 봤으니 혹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일방적인 짝사랑이었던 콩의 로맨스가 2005년에서는 설득력을 가진 로맨스 아닌 로맨스가 되어 후반부의 감동을 보여줬다. 원작에서 단순하게 공룡으로부터 앤을 구하것과는 달리 자세하게 콩과 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알고보면 콩은 초식동물이었을 것 같은데 거대한 몸집에 의해 흉폭한 동물이라 여겼던 지라 처음 접했던 앤도 공포에 시달렸지만 유심히 콩을 지켜보고는 살기위해 몸부림을 치기도 한다. 동물원의 입장이 반대가 되어 콩에게 환심을 사기위해 재주를 부리고 덤블링을 하며 춤을 추기도 하고 성질을 내어 결국 호감을 사게 되지만 결정적인 교류는 공룡에게 위험에 처한 앤을 콩이 달려와 혈전을 벌여 구해준 상황이다. (여기서 재밌는 장면은 공룡과 혈전을 벌이고 이긴 게임이라고 확신하는 콩의 행동이다. 공룡의 입을 쫙 찢어 더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된 턱을 흔드는 장면은 원작에서도 볼 수 있다. 원작에서는 두번 등장한 듯 하다.)
그렇게 야수와 미녀의 감정교류가 흐르게 되고 해골섬에서의 낭만아닌 낭만인 노을을 바라보며 앤의 콩의 손안에서 따뜻하게 잠을 잤던 것이다. 이런 설명이 그려졌기에 후반부에 발생할 상황이 설득력을 가지게 되고 감동까지 주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영화가 살수 있었던 것은 캐릭터의 힘이 제대로 발휘하기에 가능했다. 단순하게 보여주기식으로 콩과 공룡의 싸움판이나 뉴욕거리를 활개치는 장면이나 해골섬에서의 다양한 생물체만을 보여주면서 이야기가 묻혔다면 그저그런 블록버스터에 지나지 않았을것이지만 콩의 인간보다 정을 느낄 수 있는 야수 캐릭터뿐만이 아니라 잭 블랙이 연기한 영화에 열정이 뛰어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촬영하려는 의지를 가진 칼 덴햄이나 나오미 왓츠가 연기한 배고픈 삶을 살고 있는 코미디 배우였던 앤 대로우의 이야기가 영화에 맞게 제대로 표현이 되었기에 괜찮은 영화가 나온 것이다. 단순히 그려졌던 콩을 앤을 위해서 혈투를 벌이는 기사로 콩의 종족은 죽어 혼자 살고 있는 외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앤이 콩앞에서 교감을 하기 위해 했던 행동에 혹하는 것이 설명이 되고 앤이 콩과 교류하는 분위기를 알수있게 된다. 역시 영화는 보여주는게 모든것이 아니다. 이야기가 뒷받침되어야 흡입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몇가지 아쉬운게 있다면 첫번째는 앞서 말한대로 눈에 거슬린 CG효과이다. 감독이 배멀미가 심해서 바다에서는 촬영을 안했다는데 스튜디오에서 바다씬을 찍었다는데 망망대해의 바다는 멋졌지만 해골섬 근처 암초에서 벌이는 장면은 조금은 어색했다. 두번째는 해골섬에 사는 원주민들의 묘사이다. 원작에서는 이름없는 섬에 도착한 2005년도에서는 해골섬이라 지칭되는 그 섬에서(원작에서는 섬 이름이 없으니 섬 모양이 해골모양이라고 한다.) 콩에게 바칠 여인을 놓고 제물의식을 벌이는 장면이었지만 피터잭슨의 킹콩에서는 반지의 제왕에서 본듯한 오크족행색을 가진 원주민들을 무서운 존재로 그렸다는 것이다. 유색인종을 싫어하나... 그냥 생각해 본것이다. (어디를 가나 역시 미국인들은 초콜렛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뺏으려 한다는 것이 웃게 만들어버렸다.) 세번째는 자막이다. 글씨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마지막에 덴햄이 던진 대사를 사랑때문에 괴물이 죽었다고 번역한것이 원작 그대로 쓴 ' It was beauty killed the beast. ' 멋진 대사를 아쉽게 만들어 버렸다.
그럼에도 ' 킹콩 ' 은 리메이크영화치고는 상당한 매력을 가진 영화이다.
영화초반의 영화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드라마를 중반부의 해골섬에서의 모험담을 보고 있으면 액션 어드벤처를 후반부의 앤과 콩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로맨스를 한번에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콩이 앤을 데리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올라가기전 얼어붙은 호수에서 미끄럼 놀이를 하는 장면은 정말 좋았다. 감독의 센스가 넘치는 장면중에 하나였다. 원작을 이렇게 잘 만든다면 원작감독도 상당히 좋아할 것이다.
[영화속으로 가기] - 킹콩 - 1933년 킹콩은 이러했다
[수 다 떨 기] - [ Scene ] 1933년 킹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