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16. 21:13ㆍ영화 투덜거리기
남극일기
감 독 : 임필성
주 연 : 송강호, 유지태
장 르 : 미스터리
제작국가 : 한국
제작년도 : 2005년
인간의 발자취를 한번밖에 허락하지 않은 남극 도달불능점을 탐험대장 최도형(송강호)을 선두로 부대장 이영민(박희순), 양근찬, 김성훈, 서재경, 그리고 막내인 김민재(유지태)까지 6인의 탐험대는 정복하려고 한다. 혹독한 추위속에서 낮과 밤이 6개월씩 나뉜 상황에서 그들은 해가 떨어지기전에 도달불능점에 도달해야만 한다.
우연히 80년전의 영국탐험대의 남극일기를 발견하면서 알수 없는 분위기를 휩쓸려 그들에게 어두운 그림자들이 붙게 된다. 너무 추워 바이러스조차 존재할 수 없는 곳에 감기증상을 보이며 쓰러지게 되고, 곳곳의 함정처럼 숨어있는 크레바스를 빠져버리기도 하는 상황에 부딪히는 되는 것이다. 과연 그들은 남극 도달불능점에 도착하였는지 아니면 남극에게 삼켜버렸을까?
개봉 첫 주 다행히도 <남극일기>에 기대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과 연기자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의해 무난한 출발을 보였지만 그 기세는 그리 오래 가지 못하고 있으며 입소문 또한 썩 좋은 편은 아니라 목표인 300만 고지는 쉽지 않을 듯 하다. 이 영화의 문제점은 잘못된 홍보로 인해 입소문이 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 최초의 남극이야기라며 떠들어 대고, 많은 돈을 투자했으니 볼것이 많다는 식으로, 미스터리 분위기보다는 휴먼드라마인양 포장한채 관객들을 유혹했던 것이다. 어디서부터 흘러나왔는지 모르지만 반전이 숨어있다는 엉뚱한 소문까지 겹치게 되어 영화에 대한 매력을 반감시키게 만들었다.
<남극일기> 나는 영화 홍보에서 최초 장르니, 최초 소재니 하는 내용을 좋아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영화의 소재가 될 수 있음에도 자기들의 처음 개척하는 모양인양 홍보수단으로 치부하는 모습이 짜증스럽다. 이 영화 또한 최초를 들먹였다.
그렇다치더라도 남극이란 소재는 정말 괜찮아 보인다.
일년의 반이 낮과 밤으로 존재하는 - 6개월 동안 해가 떨어지지 않아 따사로워 보여도 혹독한 추위만이 있고 그 뒤에는 어둠속의 6개월을 보내야하는 곳, 열려져 있는 공간처럼 보이지만 함부로 벗어날 수 없는 닫힌 공간, 온 통 새하얀 눈으로 덮인 모습이 평화로워 보이지만 곳곳에 크레바스가 숨쉬고 있는 곳, 돌풍이 불어오며 혹독한 추위만이 존재 하는 그 곳이 바로 남극인 것이다. 영화적 장치로도 충분이 이끌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남극일기>는 도달불능점이라는 목적지까지 추가했으니 감독이 말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나타내기에는 금상첨화인 것이다.
상영시간 2시간을 6명의 모습과 남극의 눈만을 보여주며 끌어나가기엔 다소 지루한 면이 없지않아 생겼지만 그 틈을 노려 인간의 욕망이 조금씩 나타나며 약간은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알수없는 공포스러운 분위기는 남극을 살아 숨쉬는 공포의 대상을 만들어버린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낸 공포의 대상을 남극으로 그린것이다. 6개월동안 떨어지지 않는 해를 보며 푸념을 늘어놓고, 환상이 시달려 자꾸만 겁에 질려가는 그들은 결국 인간이었다. 대자연 남극은 그곳에 항상 있었으며 인간이 발을 들여놓지 않더라도 크레바스, 돌풍등 자연현상을 만들어내고 있었음에도 그것을 본 인간들은 허구를 그려낸 것이다. 욕망을 충족시키기전에 부딪혀야 하는 위험요소로 여기는 것이다.
도달불능점. 이 말 또한 인간이 만들어낸 단어이다.
갈 수 없다고 단정지었으면서도 욕망이 만들어낸 정복욕을 해소하기위해 탐험대는 그곳을 목표로 끝이 보이지 않는 걸음을 계속 했던 것이다. 대원들에게 알 수 없는 분위기에 휩싸였음에도 또한 대장도 그런 분위기를 알면서 끝끝내 도달불능점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은 무모함 그 자체였다. 희생이 있더라도 그곳에만 간다면 그 희생쯤은 결과물을 이뤄내기 위한 시련에 지나지 않는것쯤으로 생각한 최도형에게 김민재가 묻는다.
" 도대체 이곳이 뭐냐고, 그냥… 땅에 찍힌 한 점, 한 점일 뿐이야. "
영화 마지막에 무엇을 말하고자는 것을 최도형과 김민재의 대화속에서 확실히 보여주었지만 약간의 모호함을 남기고 대자연 남극을 뒷걸음치며 웅장한 음악과 함께 사라져간다. 도달불능점에 도착하였지만 그 욕구가 해결되었음에도 기쁨을 느끼지 못하며 다시 또 다른 목적지를 갈구하며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남극이 그들을 미치게 만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욕망이 남극을 지옥으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