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16. 21:12ㆍ영화 투덜거리기
그루지 (The Grudge)
감 독 : 시미즈 다카시
주 연 : 사라 미셸 겔러
장 르 : 공포
제작국가 : 미국
제작년도 : 2004년
2000년 비디오판으로 2002년에는 극장판으로 서늘함을 보여줬던 <주온>이 헐리우드에서 <그루지>란 이름으로 리메이크되어 흥행에 성공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2년전에 깜작흥행을 했고 곧바로 2편이 상영이 되었지만 흐지부지했었다.
<그루지>는 <주온>의 이야기구조와 같다.
새로운 각색이 아니라 주인공의 모습이 서양인으로 변했을 뿐이다. 배경도 일본 그대로이고 원혼이 실려있는 사연과 소년귀신 토시오도 그대로 나온다. 만약 이 내용을 서양인 감독이 서양스타일에 맞춰 재구성을 했다면 다른 맛이 나오겠지만 감독 또한 <주온>을 연출했던 시미즈 다카시이다.
하지만 <그루지>는 원작의 어지러운 배열을 이해하기 쉽게 하나의 사건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출을 보여줬으며 주인공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귀신의 원혼을 이해하려기보다는 단순한 공포만을 보여주는 아쉬움이 있다. 다행인건 그 단순한 공포는 괜찮아 보이는 장면으로 깔끔하게 선보이게 되어 원작의 공포분위기를 흐트러트리진 않았다는 것이다. 토시오의 소름끼치는 울음소리와 그의 엄마가 곳곳에 출몰하는 장면과 공포분위기의 최절정인 계단에서 내려오는 장면은 다시 보아도 섬뜩함을 느낄 수 있었다.
미국에서 흥행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공포스러운 분위기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들이 흔히 보아오던 공포류인 슬래셔의 잔인함 보다는 스산산 분위기를 발산하는 동양귀신들이 서양인들 눈에 익숙해졌던 패턴의 귀신들에게 식상함을 대체하는 새로운 귀신들로 보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문제였다. <그루지>는 원작의 모호함의 공포를 없애버리는 바람에... 그것도 원작을 만들었던 감독 자신이 서양인들 눈에 편하도록 만들어버리는 실수를 벌이며 공포를 만들어 낸 것이다.
더 재미가 없어진 그루지... 과연 주온을 봤던 이들에게 호감을 던질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