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da ]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2008. 12. 27. 23:12수다 떨기



눈을 감고 다시 뜨면 엉망인 상황이  다른 상황으로 펼쳐지길 원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로 눈뜨고 싶지 않은 상황에 부딪히게 되어 돌이킬 수도 없고 벗어나기도 힘들때 그럴때마다 눈을 꽉 감고 제발... 제발... 눈을 뜨면 이 상황에서 벗어나길 하는... 그런 기대를 해본다. 하지만 그건 그냥 잠시 눈을 감을 뿐이다.

만남의 광장에서 어이없게 지뢰를 밟은 그는 얼마나 당황스럽고 황당했을까? 그저 시원하게 큰일보고 흔적없애려고 나뭇잎을 덮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보인 푯말에 지뢰라는 두 글자가 보였으니 얼마나 놀랬을까? 그리고 뒷걸음질로 몇발자국 움직였을뿐인데 그 발밑에 떡하니 지뢰가 있으니 억울할 것이다. 상황을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살아보려 소리질러보지만 외진 그곳을 지나갈 사람들은 없다. 그저 덩그라니 홀로 벌판에 놓여진 상황이다. 지쳐서 이제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이런 경우를 겪게 하는지 원망스런 말들을 뱉어낸다. 그리고 서서히 낙담하면서 가족들과 친구들을 떠올려본다. 왜 내가 여기에 있고 그들은 왜 거기에 있는지... 허기지다 못해 이제는 헛것이 보이고 귀신한테 도움을 요청한다. 그를 바라보는 귀신도 어처구니 없다는 듯 바라볼 뿐이다. 이제 모든 것을 단념하고 포기한채 발을 떼어보려 하지만 그것마저도 쉽지 않다. 그런데 더욱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다. 그렇게 살려고 붙여놓았던 발을 어이없게 떼는 순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속터지는 마음에 왜 안터지냐고 소리질러본다.

살아남아서 다행이지만 정말로 저런 상황은 겪고 싶지 않다. 울분에 토해 후회의 말들과 체념한 듯 자신의 뒤도 떠올려보고 의지하지 않던 것에 의지해보기도 하는 그런 일들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정말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정말... 정해진 시간의 개념속에 또 다른 1년을 맞이하는 지금... 더 잃을 것도 없으니 이제는 제발 정신차리고 살아보자... 좋은 일들만 가득해도 부족한데... 또 말만 그러면 안되는데... 젠장...

[영화 투덜거리기] - 만남의 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