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15. 21:14ㆍ영화 투덜거리기
밀리언 달러 베이비 (Million Dollar Baby)
감 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 연 : 힐러리 스웽크, 클린트 이스트우드, 모건 프리먼
장 르 : 드라마
제작국가 : 미국
제작년도 : 2004년
복싱이란 스포츠가 매력이 있긴 있는 모양이다.
나는 솔직히 폭력적인 생각이 먼저 들기에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 스포츠이다.
사각의 링안에서 상대방의 주먹을 피해 자기 주먹을 날려 승리를 얻기 전까지는 결코 안심 할 수 없는... 하지만 승리 후엔 희열의 참 맛을 알게되는... 아마 이렇게 느끼는 건 그 동안 복싱이 매체에 비춰진 모습이기 때문이다. 밑바닥인생에게 어울리는 이야기정도로만...
성공스토리와 자기극복에 가까운 소재로 보여줬으니 당연하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밀리언 달러 베이비도 그런 이야기는 존재한다.
등장하는 캐릭터 또한 많이 보아왔고 중반이후까지의 성공까지도 여타 영화와 비슷하니 말이다. 하지만 인생은 아름답지만 않다는 걸 후반부에 보여준다. 그렇기에 아카데미도 이 영화에 작품상에 손을 들어주었을테다. 흔한 성공스토리였다면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에 눈길을 주진 않았을 것이다.
설령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만들었다해도 말이다. 무언가가 남는 이야기가 있었으니 좋아하는 것이다. 복싱을 소재로 가정의 역할이나 인간관계의 이야기를 말한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한 늙은 트레이너 프랭키 던과 여자 복싱선수 매기의 이야기이다.
중립적인 위치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트레이너의 친구 스크랩의 나래이션으로 이야기는 전개가 된다.
먼저 등장하는 인물을 살펴보면 프랭키 던은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신이 키우고는 선수를 챔피온 타이틀매치에 출전시키는데 부담을 가지고 있고, 딸에게 열심히 편지를 보내지만 반송우편만 되돌아오고, 성당에서하는 미사에 참여해 신부 눈에 각인 시키는 재미로 삶을 사는 듯 하다. 프랭키 던의 친구 스크랩은 오래전 마지막 복싱경기에서 실명하게 되고 체육관에서 삶을 보내는 노년이다. 매기는 거구의 엄마와 철이 덜든 여동생 남동생이라는 가족이 있고, 서빙을 하며 돈을 모으고 복싱에서 삶의 희망을 찾아 프랭키에게 접근을 한다. 캐릭터 완성은 충분하다.
전반부의 복싱이야기와 그들의 설정 그리고 관계를 맺게 되는 동기... 소소한 유머(이를테면 경기에 나가 라운드가 시작되자마자 의자를 빼었는데 몇초 지나지도 않아 다운시켜 다시 의자를 넣을때. 두 노년이 아주 사소한 상황을 벌여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등등)를 보여주고 프랭키와 매기의 관계가 왠지 모르게 아버지와 딸의 관계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프랭키는 딸에게 돌아오는 편지를 매일같이 보내고 있으며 매기는 가족들을 걱정하지만 그들에겐 정을 못 느끼는 듯 하고 더이상 가족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그저 돌아가신 아버지만 생각날 뿐이다.) 서로에게 비워있던 자리에 서로의 역할로 자리를 메우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후반부는 눈물샘을 자극한다.
매기는 타이틀전에 출전하지만 상대방은 악명높기로 유명한 선수이다. 그녀가 프랭키의 충고를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면 아마도 승리를 했을진 모르지만 스스로 보호하라는 충고를 깜빡하고 상대방에게 등을 돌린채 걸어올때 이미 그녀는 사각의 링안에 쓰러지고 만다. 몸 전체가 움직이질 못하며 숨도 제대로 쉬질 못하게 된다. 프랭키가 매기에게 모쿠슈라라고 적힌 가운을 입고 승승장구를 하며 살아가는 즐거움을 느끼지만 그 기쁨도 잠시 그들은 인생 막장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절제라는 단어가 생각날 만큼 무덤덤하게 그려지는 영화 마지막은 눈물을 흘러내리기에 충분하다. " 나의 소중한 나의 혈육... " 란 뜻을 가진 모쿠슈라라는 마지막 말을 매기에게 건네고 프랭키는 그녀의 고통을 덜어준다. 기억하고픈 순간을 간직한채...
영화를 보고 난 후 연륜에서 베어나온 차분하고도 담담하게 그려낸 이야기가 가슴속에 잔잔하게 남아 있다. 영화자체로만 보아도 모건 프리먼의 나래이션과 힐러리 스웽크의 연기, 무엇보다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주름으로만으로 인생의 깊이를 알수있는듯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프랭키의 가족사라든지 스크랩의 109번째 경기라든지 매기의 어릴적 강아지에 관련된 이야기라든지 회상장면을 넣으며 전개되어도 큰 무리없었을터인데 감독은 그것을 관객의 상상에 맡겼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고나서 영화를 더욱 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