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블랙홀 - 좋은 날은 반드시 온다
2008. 12. 23. 22:42ㆍ영화속으로 가기
사랑의 블랙홀
해롤드 래미스 감독 / 로맨스.코미디 / 1992년
해롤드 래미스 감독 / 로맨스.코미디 / 1992년
매일 반복되는 하루. 다른이들은 반복되는 오늘을 살고 있는 필을 위해 어제를 기억하지 못한채 어제와 똑같은 행동을 취해준다. 그렇게 필은 빨리 벗어나고싶었던 곳에서 수없이 많은 날을 보내게 된다. 눈을 뜨고 일어나는 아침이 기쁘기보다는 그저 짜증스러움이고 어제의 좋지 못함을 또 한번 겪어야 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고문일것이다. 그렇다보니 필은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막 일을 저지른다. 다행히 어제는 다시 오늘이 되고 그런일을 또 한번 해본다. 일을 저지르는 것도 잠시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이제는 목숨까지 던져버린다. 그래봤자 죽고 난 후 눈을 떠도 어제의 오늘일뿐이다. 그래. 필은 마음은 달리 먹는다. 그런 무의미해보이는 똑같은 하루를 다르게 생각하면 어제의 오늘이 내일이 될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넙죽 받아먹기위해 필은 다른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시작한다. 그가 있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들은 시간적으로 계산해내서 모든이들을 웃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남는 시간은 기술 습득... 그 기술습득으로 인해 리타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모든 면이 완벽해 보이는 필을 리타가 좋아하기 시작한다. 이런... 젠장... 면전앞에서 알랑방귀뀔때 혹해서 데리고 왔더니 귀싸대기 날려주고는 모든 것을 체념한채 받아들이기 시작하니깐 먼저 손을 내밀어 주는 모습이 참... 그렇다. 뭐... 교훈적으로 끝을 내줘야 하니 필에게 새로운 사랑과 새로운 하루를 던져준다. 제발 나에게도 이런일이 들러붙기를...
하룻밤 잠을 자고나도 어제가 반복된다면? 이건 마치 리셋버튼 누르고 다시 시작이니 어찌보면 너무 황홀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이를 처먹을수록 되돌리고 싶은 건 허무하게 보낸 세월뿐인 나에게는 그렇게 보인다. 필처럼 될대로 되라 일을 벌려도 내일이 오늘이라면 무슨 걱정이 필요 있을까! 여기에선 그저 재미없는 하루하루가 반복되는 의미이겠지만 다가오지 않는 내일이 무서운게 아니라 혹시나 안주했던 어제의 오늘이 준비없이 내일로 온다면 정말로 큰 일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몇년전 <데이 브레이크>라는 미드를 정말 재밌게 봤는데 반복되는 하루라는 설정이었다.
인기가 없어서 제대로 막을 내리지 못하고 흐지부지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브렛 형사의 반복되는 하루가 흥미진진했다. 살인이라는 누명에 쓰인 채 하루가 시작되고 그 하루가 다음 날에도 똑같이 반복되면서 숨겨져 있던 진실을 찾기 위해 발버둥 치고 혹여나 오늘 할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채 내일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단 불안감까지 껴앉고 하루를 버텨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지루한 하루가 반복되고 누군가에는 빠듯한 하루가 아쉽기만 할지도 모른다. 갑자기 미드가 생각나서 영화와는 상관없는 골짜기로 빠졌지만 어쨌든 이 영화는 착한 영화다. 포기하지 말고 하루를 열심히 살다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그런 희망을 살짝 만들게 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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