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18. 00:01ㆍ수다 떨기
요즘 공포영화를 못본지 꽤나 된듯 하다.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인데 그렇다고 섣불리 공포영화를 택하진 않는다. 그 이유라는 것이 절대 무섭거나 소름끼치지 않을 것이며 뻔한 공식대로 흘러 갈 것이고 민폐 캐릭터로 짜증이 날 것이니 왠지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내기만 할듯해서 그 어설픈 긴장감과 스릴감을 맛보고 싶진 않다.
그렇다고 꼭 영화에만 문제가 있는건 아니다. 공포영화를 바라보는 머리가 커졌기에 어린시절에 멋모르고 봤던 감흥이 몇 단계나 내려간것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주말의 명화나 토요명화에서 밤늦게 무서운 영화가 시작하면 왠지 모를 긴장감에 두 손으로 눈을 가리지만 그 손가락 사이로 부릅뜨고 흥미진진봤던 그 시절에 보던 맛과는 너무나 다르다. 영화 제목이 기억이 나질 않지만 어린아이가 지하에 숨어 목숨을 부지하려다가 살인마였는지 귀신이었는지 모를 무서움에 벌벌 떨때 함께 떨었던 그때가 아직도 생각난다. 뭐 요즘은 그런 스릴을 느낄만한 영화도 줄어들었고 좀비영화나 공포영화나 스릴러영화에서 살점 뭉게지고 내장 터지고 뜯겨지고 사지가 절단되고 온갖 고통을 만들어내는 피범벅이 되도 익숙해지다보니 그냥 그려려니 바라보니 무언가를 느끼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실제로는 붉은 피를 엄청 싫어하는데 영화 속은 그게 아니니 그렇게 생각하고 보다보면 기겁하는 대신에 고개쳐들고 그래 그래서 다음은 무슨 짓을 할건데라며 뚫어져라 보는거 같다.
그래도 몇년전까지만 해도 이것 저런 것 따지지 않고 아주 다양하게 공포영화를 본거 같다. 보기전에 발톱의 때만큼의 기대를 품고 보기 시작하지만 언제나 10편중에 1.2편만 그런대로 마음에 들고 나머지는 그저 공허한 시간을 또 한번 보냈구나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숨어있는 숨막히는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영화가 있을 거란 기대에 다시 한번 인내심을 가지며 눈으로 확인해보지만 역시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것도 시간이 지난 후에 생각해봐도 도저히 기억조차 가물가물하기만 한 그런저런 공포영화들이었던 거 같다.
뭐 이제는 사는게 공포자체인 시대이니 굳이 찾아 보지 않아도 여기 저기에서 무서움을 한껏 느끼고 있지만 그런 일상에 젖은 짜증나는 공포보다 현실에서 내가 겪기 힘든 일들을 목격하면서 장르 영화로써 즐기고 싶은 마음뿐이다. 또 다시 공포영화를 찾아봐야겠다. 얻어 걸리는게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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