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2008. 5. 18. 13:55영화 투덜거리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티켓 (Tickets)             

감      독 : 에르마노 올미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 켄 로치 
주      연 : 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쉬 / 브레르타 카하니 / 마틴 콤프스턴  
장      르 : 드라마 
제작국가 : 이탈리아 / 영국 / 이란  
제작년도 : 2005년


어느 노신사가 1등석 식당칸에 앉아있다. 몽롱한 표정을 짓는 노신사는 생각에 잠기기 시작한다. 일을 도와주는 여자가 구한 기차표를 얻게되어 일을 마치고 손자의 생일파티에 참석할 수 있게되었는데 자꾸 그녀 생각이 머릿속을 헤매고 있다. 조용한 1등석이기에 주변에서 누가 무슨일을 해도 그저 잠깐 바라보기만 하는 그런 분위기속에서 생각에 잠겼던 노신사는 자꾸 끊기기는 하지만 배웅나와주었던 그녀의 로맨스도 꿈꿔보기도 한다. 기차칸사이의 통로에서 자리잡고 있는 알바니아 가족들이 노신사에 눈에 들어오고 보안검색을 하던 군인들의 움직임에 알바니아 가족이 아기에게 우유를 주려던 중 엎지러지고 만다. 1등석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그런 상황을 보았지만 그저 바라보기만 하고 자기 할일을 계속한다. 하지만 노신사는 우유를 가지고 그 가족들에게 다가간다.

2등석에 오른 중년여성과 젊은 청년이 1등석 칸으로 들어가 빈 좌석에 자리를 잡게되고 중년여성은 휴대폰 통화를 하는데 어느 남자가 나타나 자신의 휴대폰일지도 모른다며 확인하자고 하지만 막무가내로 절대로 보여주지 않을거라며 화를 내는데 중재자인 검표원이 일을 해결해준다. 그것은 남자가 자신의 휴대폰과 똑같기에 착각한 일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빈자리에 앉았던 중년여성은 다음역에서 자리의 주인들을 만나게 된다. 지정된 자리임에도 중년여성은 또 막무가내로 버티기를 시도하며 짜증나는 모습을 보인다. 다행히 다시 검표원이 나타나 그 중년여성을 빈 특실자리에 옮겨준다. 중년여성 옆에서 아무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청년은 시간이 갈수록 지나치게 행동하는 그녀곁을 떠난다. 모자관계 혹은 연인관계인줄 알았는데 청년은 중년여성을 도와주는 자원봉사자였다.

3등석에는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보러가는 셀틱팬인 세명의 축구팬들이 있다. 유니폼을 입고 축구경기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던 그들은 베컴 유니폼을 입은 소년에게 샌드위치를 주며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보여준다. 또한 그 소년의 알바니아 가족들에게도 샌드위치를 주기도 하고 옆좌석에 앉아있는 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도착지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검표원의 표검사로 인해 그 들뜬 기분은 엉망이되고 잃어버린 표를 찾기위해 소란을 피우기 시작한다. 의심이 가는 소년을 추궁해 자신의 표가 그들에게 갔다는 것을 알아내지만 소년의 누나가 눈물로서 호소해 어쩔 수 없이 표를 주게된다. 세명 중 한명이 표가 없게되어 도착역에 내리자마자 경찰에게 인도될 상황에 처하게 되지만 운좋게 다른 축구팬의 도움으로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볼 수 있게되었다.

세명의 감독이 각기 다른 세가지 이야기가 함께하는 영화이다. 로마행 기차에 오른 승객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나에게 삶으로 비춰졌다. 기차라는 세상을 놓고 그안에 들어가기 위해 사람들은 티켓을 끊는다. 그 티켓은 사람이 태어나는 순간 정해질 수도 있고 살면서 다른 위치로 옮길 수 도 있다. 편안한 삶을 힘든 삶을 살수도 있겠지만 인간으로써 느껴야 할 것들은 그런 것에 관계없이 그들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많은 만큼 기차안에서도 각기 다른 세상처럼 느껴질 정도로 여러 이야기들이 존재하고 분위기는 다르지만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이 그 안에 들어있다. 앞으로만 나아가는 기차는 앞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배경이다. 그 안에서는  지난날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 그리움들이 함께 하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자기자신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모습도 나타나기도 하지만 젊음. 친구. 사랑. 선택. 관계 등등 삶을 살면서 타인들과 부딪히면서 살기에 다양한 모습들이 존재한다.

1등석에 앉은 사람은 늙은 사람이다. 남은 날보다는 살아온 날이 많은 그는 지금도 꿈을 꾼다. 가족을 꾸리고 일을 하며 삶을 살고있는 노인이지만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자신에게 도움을 준 여인에 대한 그리움뿐이다. 손자생일에 맞춰 그곳을 떠나야했지만 기차안에서는 다시 돌아가고픈 마음이다. 기차는 속도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앞으로 나아가다 뒤로 돌아갈 수는 없다. 아쉬움과 그리움이지만 지금 그는 다른사람에 신경을 쓰지않는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는 일이 벌어져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1등석에 앉아있다. 노인도 다른 사람들과 비슷할 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우유가 쏟아져 먹지 못하는 알바니아 가족들에게 다가가 도움을 준다. 자신과 관계없지만 머릿속에는 다른 일을 그리고 있지만 지금 할 수 없기에 눈앞에 벌어진 일을 무시하지 않고 행동함으로써 삶을 살아야한다고 말하는 듯 하다.

중년여성을 도와주다가 그녀의 더해가는 행동과 말을 참지 못하고 자리를 피하는 청년이 있다. 중년여성은 사소한 일에도 신경질을 보이며 타인과의 관계와 사회적 약속을 피하고 자신만을 생각한다. 첫번째 휴대폰 싸움에서 나는 막무가내인 중년여성의 절도를 의심했다. 하지만 우습게도 상대방 남자의 실수였다. 그렇지만 이내 두번째 자석싸움이 보여지면서 그런 모습이 중년 여성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모습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주인이 있는 자리임에도 자신의 자리처럼 절대 내주지 않을 듯이 행동하는 그녀를 보고는 이전싸움에서 오해로 산 미안한 마음이 없어졌다. 자신만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는 그녀는 결국 자원봉사자한테도 버림을 받았다. 홀로 역에 내린 그녀 모습은 쓸쓸해보였지만 자신이 만들어놓은 우리에 갇혀버린 꼴이었다. 타인들과 벽을 쌓고 규칙을 지키지 않으며 자신의 편안함만 추구하다보면 결국 찾아오는 건 삶의 외로움뿐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도움을 줬던 축구팬들이 도움을 줬던 사람에게 피해를 보게된다. 하지만 그 속사정을 알게되면서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데 돈이 없어서 한명의 표를 구하지 못해 기차안에서 어쩔수 없이 표를 훔친 가족을 도와주느냐 힘들게 일을 하면서 벌어놓은 돈을 모아 축구 원정경기 응원을 포기하느냐에 선택에 선 그들은 결국 알바니아 가족들을 도와준다. 하지만 그들도 축구경기해야할 상대방의 축구팬의 도움으로 아슬아슬 위험했던 상황을 피하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구경할 수 있게 된다. 삶을 살아가면서 그렇게 서로를 도우면 자신에게도 언제든 도움이 되돌아 올 수도 있다고 말하는 듯 하다.

첫 에피소드에서 몽상을 꿈꾸는 노인의 이야기가 여러번 반복되며 몽롱함을 보여주다가 두번째 에피소드에게 짜증나는 중년여성의 행동을 보면서 점차 영화에 빠져들어 결국 세번째 에피소드에서 축구팬들과 함께 하면서 웃게만드는 즐거움이 있었다. 보는 재미도 좋지만 삶에 대해 생각하는 재미도 주는 영화였다.




'영화 투덜거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피와 담배  (2) 2008.05.18
천리주단기  (0) 2008.05.18
  (0) 2008.05.18
키핑 멈  (0) 2008.05.18
한반도  (0) 2008.05.18
캐리비안의 해적 - 망자의 함  (0) 2008.05.18
수퍼맨 리턴즈  (0) 2008.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