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2008. 5. 18. 13:53영화 투덜거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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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감      독 : 강우석 
주      연 : 안성기 / 문성근 / 조재현 / 차인표 / 강신일  
장      르 : 드라마 / 스릴러 
제작국가 : 한국  
제작년도 : 2006년


남북이 경의선을 연결하고 개통식을 하던 날, 일본에서는 대한제국 시기에 맺은 조약중에 경의선 이익권 문서를 내세워 겉으로 보이는 한반도의 평화적인 분위기를 망친다. 거기에 일본이 내세우는 입김에 힘입어 한반도를 둘러 싼 미국, 중국, 러시아까지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지않고 자기멋대로 경의선 개통을 하려했던 한국 정부를 비판한다. 대한제국의 국새는 가짜이며 진짜가 있다는 설을 내세워 역사학계로부터 왕따당한 최민재(조재현)는 문화센터에서 명성황후를 이미연이라 떠드는 빼빼로데이 다이어리 데이는 알아도 명성황후가 언제 죽었는지도 모르는 아줌마들에게 성질을 부리는 그런 날들을 보내고 있다.

최민재는 대통령(안성기)에게 일본이 내민 문서는 가짜 국새로 이루어진 것이라며 효력이 없다고 진짜 국새를 찾아오겠다고 약속을 한다. 든든한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국새를 찾기 시작하지만 학교후배였던 국정원의 이상현(차인표)으로부터 제재를 당하기도 한다. 대통령은 자신의 뜻을 반대하는 내부의 적을 찾아내기위해 목숨을 건 계획을 꾸미는 가운데 한국의 동해에서는 일본 해상자위대가 무력시위를 벌이며 한국정부에 압력을 넣기 시작한다. 동해 해상에서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간 상황에서 대통령은 내부의 적을 알아내고 최민재는 진짜 국새를 찾아낸다. 한반도의 자주권을 되찾자라는 민족적 이상을 내세우는 대통령측 진영과 이상보다는 눈앞의 현실이 중요하다며 일본을 자극했다가는 경제적 제재가 들어올 것을 우려해 받아들이자는 국무총리(문성근)측 진영과의 싸움에서 대통령이 이기고 일본의 과거사 사죄를 받으며 일단락 짓지만 여전히 한반도는 4강의 이익에 둘러쌓였으며 언제 또 다시 비슷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개봉시기가 너무 적절한 것 같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해 일본에서는 선제공격 운운하며 한반도에 좋은 않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시기이기에 영화의 내용을 보면서 현실의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상하게도 나에겐 그런 희열보다는 서로 의견을 내세우는 입싸움을 본 것이기에 지루함을 느꼈다.

대한제국시대에 일본이 강제로 맺은 문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2시간 넘게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같은 말싸움만 되풀이 될 뿐이었다. 대통령이 회의를 하면서 고종황제와 교차되는 상황이나 최민재가 이상현과 말 다툼하는 장면이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행하면서 경제계 인사와 이야기를 주고 받는 장면 등등은 양쪽 진영에서 서로에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말밖에 되질 못했다. 그런 상황을 계속 반복시키며 이야기를 끌어가며 단순함과 그냥 밀어부침으로 상황을 보여주지만 힘이 부족해 보였다. 90억 넘게 썼다는 제작비를 보여주기위해 만든 너무나 길게 부연설명한 명성황후 시해장면과 전쟁이 일어나기 전 일촉즉발 상황에서의 긴장감을 제공해야 할 동해 해상의 모습에서는 그저 밋밋해 보였다. 또한 과천 정부청사의 폭발 장면도 썩 멋지게 나온 화면이 아니기에 블록버스터다운 눈을 즐겁게 하는 볼거리는 만족감을 얻지 못했다.

현실에서도 <한반도>에서 벌어진 일이 일어날수도 있겠지만 그런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그래서 영화는 대리만족을 느껴주기위해 극단적인 방법까지 실행하는 대통령의 행동과 일본 외상앞에서 일반인들끼리 일본을 비하할 수 있는 발언까지 서스럼없이 내뱉는다. 그런 상황을 보았다면 통쾌감을 느껴야하는데 그저 약간의 쓴 웃음이 지어지고 왠지 모르게 불편해졌다. 민족주의적 감정을 불러 일으키기위해 대한제국의 아픈 사건들을 보여주고 일본의 스폰서를 벗어날 수 없음의 현실을 이야기하지만 흔한 반일 감정일뿐 통곡해야 할 감정까지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영화 속 등장하는 인물들도 절박한 상황에서 감정들을 쉴 새 없이 표출해 내는데 쉽게 옳고 그름을 분간할 수 없는 말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기보다는 니가 받아들이라는 일방적인 주장뿐이었다. 그리고 일본의 입장을 우리 시각에서 원하는 후반부 장면에서의 사과하는 모습은 더 씁쓸함만 던져주었다.

<한반도>의 포스터를 보면 '우리는 한번도 이 땅의 주인인적이 없었다' 라는 문구가 보인다.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겉으로 들어낸 것처럼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메시지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면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상황상황마다 감독이 하고픈 말을 반일 감정이 적지않은 대중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적나라하게 쏟아낸다. 다른 강대국의 이권다툼의 희생양보다는 민족을 위해 통일이 되어야 하고 누구의 손에도 쉽게 농락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대통령측을 빌려 말한다. 현실을 생각한다면 국무총리의 말도 맞는 말이지만 그의 언행은 현실에서 가지고 있는 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듯 하다. 그런데 두 의견은 독도를 지키야 한다며 반일감정에 휩쌓였을때나 과거청산을 해야한다고 정부에서 떠들어댈 때 국민들이 여기저기에서 수도없이 늘어놓는 말들이었다. 그런 말들을 영화에서 한번 더 할 뿐이었다.

통쾌함보다는 현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하는 씁쓸함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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