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주단기

2008. 5. 18. 13:56영화 투덜거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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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리주단기 (千里走單騎)             

감      독 : 장이모우 
주      연 : 다카쿠라 켄 
장      르 : 드라마 
제작국가 : 중국 / 일본  
제작년도 : 2005년


일본인 다카타(다카쿠라 켄)는 아들 켄이치와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 오랜시간 동안 서로를 보지 못하고 연락 조차도 하지 않으며 그렇게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켄이치의 입원소식이 며느리로부터 전해지고 병문안을 갔지만 아들은 아버지를 만나려 하지 않는다. 다카타는 아들 곁에 가고 싶었지만 자신을 거부하는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는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하는데 며느리로부터 켄이치가 중국의 경극 공연을 촬영한 영상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받게 된다. 다카타는 집에 없던 비디오플레이어를 설치하고 테이프 내용을 확인한다. 아들 켄이치가 중국에 가서 촬영한 경극장면이 나오는데 경극 배우 리쟈밍이 내년에는 '천리주단기' 공연을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었다.

켄이치가 간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병원에 있는 아들을 위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아버지 다카타는 '천리주단기'를 촬영하기 위해 낯선 땅 중국에 몸을 옮긴다. 하지만 경극을 보여주겠다던 리쟈밍은 사생아가 있다며 놀리는 사람을 찔러 감옥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어떻게든 리쟈밍이 공연하는 모습을 담아가 아들에게 보여주려고 말도 통하는 않는 중국에서 진심이 담긴 부탁을 호소해 감옥에서 촬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무대에 선 리쟈밍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아들이 보고 싶다는 말을 꺼내어 공연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런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자기 모습과 비슷하게 여겼던지 다카타는 리쟈밍의 아들이 살고 있는 석촌으로 가서 리쟈밍에게 양양을 데려다 주려고 한다. 말이 통하지 않지만 촌장과 이야기가 잘되어 환대를 받으며 양양을 데리고 가는데 뜻하지 않게 하룻밤을 다카타와 양양 둘이서 보내게 된다.  아버지에게 가고 싶지 않다는 양양에게 시간을 준 다카타는 홀로 리쟈밍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러던 중 며느리로부터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제는 '천리주단기' 공연 모습이 필요없지만 자신을 환대해주는 중국인들에게 끝까지 의리를 지키기 위해 리쟈밍의 공연을 본다.  

제목 '천리주단기'는 삼국지중에서 관우가 조조에게 잡혀있다가 유비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탈출하여 유비를 향해 멀고 먼 길을 떠난다는 것이라고 한다. 영화에서도 경극으로 나오긴 하지만 보여주는 내용보다는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의미가 다카타라는 아버지의 여정에 녹아난 듯 하다. 어머니가 죽을때 곁에 없던 아버지를 자신을 떠난 아버지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가면을 쓴 사람들의 공연에 빠져 낯선 중국에서 홀로 중국인들의 모습을 보아가며 외로움을 달래는 아들 켄이치가 있었는데 그런 아들의 여정을 아버지가 쫓아가며 아들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지금 아버지 다카타는 말도 제대로 통화지 않는 통역을 하려면 일본어를 할수 있는 가이드와의 전화통화뿐이고 그 나머지는 어색한 이방인으로써 지켜볼 뿐이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병원에 누워있는 아들이 몇해전까지만 해도 비슷한 생각과 비슷한 행동을 했을 것임에 아들을 이해하고 아들이 겪었던 것을 자신도 겪으면서 함께할 수 있었다. 또 그안에는 중국의 리쟈밍의 부자관계도 나타나면서 다카타가 또 다른 모습을 아들을 보면서 깊은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아버지와 아들. 우리시대의 아버지들은 말없이 그저 가족곁에 있다. 어머니와는 대화를 많이 해도 무뚝뚝한 아버지와는 별다른 대화가 없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사건이 계기가 되어 조금씩 사이가 멀어질 수 도 있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으며 그 화해란 것도 멀어진 사이만큼 힘들기도 하다. 한.중.일의 그러한 부자관계는 비슷비슷한 모양이다. <천리주단기>에서 두 아버지를 내새워 부자관계를 그려내는데 가족의 따스함보다는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알수없는 분위기에 거리가 멀어진 관계로 시작되어 그 어색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모습을 서로를 이해하며 화해를 하는데 여정의 길에서 얻는 결과이다.

다카타와 양양이 길 잃은 밤에 함께하면서 대화가 원활히 진행되진 않지만 병원에 누워있는 아들. 감옥에 갇혀있는 아버지가 겹쳐지면서 둘의 모습은 어느덧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처럼 보인다. 그들이 앉고 있는 문제처럼 처음에 다카타와 양양은 어색하기만 하다. 자신의 뒤를 쫓고 있는 다카타가 무작정 길위를 걷는 양양이 걱정되지만 어느 덧 그들은 밤을 함께 하면서 즐거움을 만들어낸다. 곁에 있는 아버지와 아들이 있지만 서로에게 대화와 행동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부자관계가 어색해진다. 하지만 그런 시도를 하면서 서로 의견충돌이 일어나고 상황을 개입당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자연스런 몸의 접촉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어느덧 따듯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련한 장이모우 감독의 그려낸 이야기와 일본의 배우 다카쿠라 켄의 주름살에서 녹아나는 깊은 연기가 담담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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