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ries ] 퍼시픽

2010. 6. 29. 09:50수다 떨기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제작한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가 다시 한번 세계 2차 대전을 그려냈다.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으로 직접적으로 태평양 전쟁에 참여하게 된 미국 해병대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참혹한 전쟁터에 놓인 그들의 모습을 밴드 오브 브라더스처럼 직접 참여했던 군인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그 당시를 만들어 냈다. 실제 장면을 보여주다 참전한 군인의 인터뷰 그리고 지도를 보여주며 그 상황이 어떠한 상황인지 어떠했는지를 알려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시리즈이기에 전쟁의 영웅은 그들 모두다. 그렇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대표적인 인물 로버트 렉키 일병. 존 바실론 하사. 유진 슬레지 일병을 중심으로 놓고 각각의 위치에서 전쟁 드라마를 진행 하게 된다. 10개의 에피소드인 이 시리즈는 그 동안 흔하게 보아왔던 희생을 치루며 총알이 빗발치고 생생한 전투장면을 전해주고 그 승리를 이끌어내는 군인들의 모습을 보여왔던 것과는 조금 다른 전쟁 한 복판에 놓인 피폐해져가는 군인들의 모습에 더 초점을 맞춘 듯 하다. 전쟁이 끝나고 일상생활에 돌아 온 그들의 모습도 보여준다. 그리고 참전했던 그들의 지금을 마지막에 들려준다. 그렇다고 나머지 부분이 없다는 건 아니다.
 

과달카날 섬에 상륙하기 위해 미 해병대는 대규모로 그곳에 도착하게 된다. 하지만 오마하 해변 상륙시 벌어졌던 전투는 일어나질 않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조용했던 그곳에서 일본군의 총알이 날아오기 시작하고 시체가 쌓여가는 처참한 전투가 여러번 벌어지기 시작한다. 또한 팔라우에서 이오지마에서 오키나와에서 사실적인 전투가 여러번 보여진다. 미 해병대는 일본군을 적으로 삼고 있지만 그것만큼이나 그들을 괴롭히는 건 낯선 환경이다. 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몹시 수척해져가는 몸과 짜증날정도로 내리는 비와 찌는 듯한 무더위로 전쟁에 지쳐가는 그들을 보여준다. 유럽전선에서의 전투와는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는 모습에서 그들은 당황을 하지만 전쟁을 끝내기 위해 맡은 임무를 다한다.

스포츠 기자로 일하던 렉키 일병은 흠모하던 여인을 두고 전쟁터로 나온다. 여전히 전쟁터에서도 펜을 놓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쓰기도 한다. 고향에 있는 서먹한 아버지를 생각하기도 하며 여러 전투에 참여하게 되면서 죽어가는 전우를 보게 되고 전시 상황이 악화되면서 야위어 가는 자신의 몸을 보기도 하고 잠시동안의 달콤한 사랑에 취하기도 하지만 무수히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총알에 언제 죽을지 모르는 목숨이란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과달카날 전투에서 공을 세운 바실론 하사는 미국 본토로 돌아와 필요한 전쟁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자금 마련을 위한 전쟁공채 팔기에 앞장서며 미국 전역을 돌아다닌다. 목숨이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최전선은 아니지만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한 방법이기에 그는 상부명령을 그대로 따르게 된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생활에 회의를 느끼게 되면서 전우들이 있던 곳으로 돌아오게 된다.

몸이 좋지 않아 친구를 먼저 전쟁터에 보낸 슬레지 일병도 결국 참전하게 된다. 친구를 만난 기쁨도 잠시 살기 위해 더욱 더 전투에 몰입하게 되고 처음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해간다. 이상한 정신을 가지고 있던 전우를 바라보던 그도 점점 전투를 벌이면서 그와 별반 다르지 않는 모습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태평양 전쟁은 각 중대에 있는 세 인물을 통해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옆에 있던 이름 모를 전우가 순식간에 죽어나가는 그 비참한 곳에서 서로를 아끼는 전우애도 있지만 그 전쟁에 놓인 한 인물에 대해 더 깊게 바라본다. 어느 덧 그들은 전쟁에 익숙해져 버린다. 조롱당하는 적에게 미안함도 들기도 했던 시체를 뒤지며 값어치 할만한 물건을 뒤지는 전우에게 소리를 지르던 살아 돌아와 잠시 가족곁에서 안식을 취했던 그들은 또 그렇게 전투를 치뤄야만 했다. 점점 광기어린 모습으로 변하고 변해가는 자신을 되내이며 마음을 쓸어안기도 하며 몸뿐만아니라 정신까지도 피폐해진다. 그렇게 전쟁터 한 가운데 있던 그들에게도 전쟁의 끝을 보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일본군의 항복을 듣게 되고 자신을 앗아갔던 전쟁에서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고향으로 돌아 온 그들에게는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처참하고 비참하고 심신이 지쳐버린 전쟁 후유증이 남았다. 예전 생활을 다시 평화롭게 받아들이는 건 긴 시간이 필요했다. 잊고있더라도 문득 그들에게 몸서리치게 무서운 그림자는 여전히 그들 곁에 남아있다.

그 당시 그대로를 만든다는 건 실로 어렵겠지만 그 상황에 가깝게 그려내는 모습에 대단함이 묻어난다. 높아져만가는 눈높이를 충족시키기 충분한 시리즈였다. 다시 일어나서는 안될 전쟁이 무엇을 남기는지 목격하게 해줬다. 

                                                                                            http://www.hbo.com/the-pacif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