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연

2008. 5. 17. 21:45영화 투덜거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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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연              

감      독 : 윤종찬 
주      연 : 장진영 / 김주혁  
장      르 : 드라마 
제작국가 : 한국  
제작년도 : 2005년


영화가 개봉되기전에 참 말이 많던 영화다. 아니 개봉되기 바로직전에서야 말이 많아진 영화다. 박경원이라는 인물을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때부터 친일행적논란에 논했다면 상관없을 듯 했지만 다 만들고나서야 보지도 않은 채 몰아세우는 모습이 조금은 안쓰러워 보였다. 솔직히 나도 박경원이라는 인물을 모르고 인터넷에 나도는 글을 보고 안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극장에서 보여준 예고편에 취해 보게 되었다. 그냥 영화로써 큰 화면에서 예쁜 모습을 보고 싶었다. 비행모습이 어찌나 멋지던지 영화로써 구미가 당긴건 사실이다.

조선 최초의 여류비행사라는 타이틀을 가진 박경원(장진영)에 대해 영화는 그녀가 비행사가 되기위해 고생했다는 모습은 생략이 되었다. 자기 스스로 돈을 마련해 일본의 비행학교에 다녀 비행사가 되었지만 어려운 환경이라든지 일본인의 차별따위는 그려지질 않았다. 본격적으로 박경원의 이야기가 그려진 것은 일본에서 최고의 여비행사가 된 후 고국인 조선으로 장거리 비행기를 하기위해 벌어지는 상황에서부터다. 거기에 그녀곁을 함께했던 한지혁(김주혁)이라는 남자와의 로맨스와 일본인 기베(유민)와의 우정이 첨가된다.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어쩔 수없이 친일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 법 하다.
그런데 영화는 그런 모습을 버리고 보라고 처음부터 어린 박경원이 일본군이 행진하는 모습을 들려주면서 어른들은 일본 닌자들이 거짓이라고 말하지만 아이들은 정말로 하늘을 훌쩍훌쩍 날아다닐지도 모르는 닌자들을 상상한다. 그래서인지 일본 비행학교를 다니면서 고생했을지도 모르는 박경원의 모습은 사라졌고 일본땅에서 유창하게 조선말까지 쓰는 대담함도 보였다. <바람의 파이터>에서 최배달은 그렇게 일본인에게 무시를 당하고 고생고생했지만 <청연>에서는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영화 중간쯤에 박경원의 입에서 조선인, 일본인, 남자, 여자 따위를 생각하지 않고 하늘을 나는것이 제일 좋다고 말한다. 그런데 영화는 갑자기 조선적색단이 나타나고 박경원의 비행을 가로막는다. 경원과 지혁의 고문장면도 꽤 등장한다. 그리곤 한지혁의 입에서 조선이 너에게 해준게 뭔데라는 말을 한다. 또한 후원금을 모금하는데 조선인들은 동참해주지 않는 모습을 그려준다.

우여곡절끝에 일만친선비행을 하려는 모습이나 일장기가 나타나는 모습에서 아무런 사운드를 입히지 않고 적막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도 몇몇 등장한다.
차라리 위의 장면들이 없었다면 나에게는 친일논란거리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장면을 볼때 이상하게도 친일논란모습을 벗어나려고 집어넣은 모습들로 비춰져서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적 설정이겠지만 나에게 보여지는 것은 어떻게든 논란을 피하가려는 모습이었을 뿐이었다. 비행을 하기위한 정당성 획득을 위한 장치들에 불과했다.  

어쨌거나 위의 장면들이 조금 거슬릴뿐 영화 속 박경원의 이야기는 나름 괜찮았다. 시대적 배경을 벗어나고 싶어도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일제식민지에서 그것도 남자가 아닌 여자로써 배우고 싶어 창문넘어 교실에서 가르치는 것을 배우며 스스로 돈을 벌면서 남들 1년만에 끝낼 수 있는 학교를 4년만에 이뤄낸 여자였고 그 마지막 꿈인 장거리 비행을 위해 준비를 하지만 여전히 세상은 그녀에게 쉽게 허락하지 않고 조국을 등지면서도 자신의 꿈을 위해 비행을 선택했던 한 여자의 짧은 이야기였다.


만약 실존인물이 아니고 한국인을 자극하는 배경이 아니었더라면 영화는 꽤 성공 할 것이다. 수십억원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멋진 비행장면. 한국영화 이렇게 비행장면이 멋진 영화는 처음일것이다. 맑고 깨끗해보이는 예쁜 화면들과 주인공이 꿈을 이루기위해 나아가는 모습은 괜찮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극적인 요소나 이야기구성도 마음에 든다. 위에서 언급한데로 고생하고 성공하다 다시 위기에 봉착하고 극복해 나간다는 전형적인 방식으로 이끌어나갔다면 그저그런 영화로 비춰졌을테지만 그 과정을 생략하고 최대위기에 놓인 주인공을 이야기 하는 점이 좋았다.

여자나 남자나 사람들은 모두 꿈을 꾼다.
소박한 꿈에서부터 허황된 꿈까지... 사람들이 품은 꿈을 구분짓는 것은 어리석지만...
어릴적 품은 꿈의 주인공이 되기위해 그 꿈을 실현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과 싸워야 한다. 배경이 든든한 사람들을 배제하고 우리들이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사람들이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보는 것은 왠지 모르게 가슴 벅차다. 자신이 얽매이고 있는 환경이라든지 사회적 위치라든지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하는 물질적인 문제라든지 그 모든 문제들을 해결 할 순 없지만 그래도 꿈에 한걸음 한걸음씩 다가가면서 결국 이뤄내는 것은 멋진 모습임에는 분명하다. 나도 하늘을 날고 싶었던 적이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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